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창하게 하면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고민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글을 올리네요.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는거고, 맡은 일 하나하나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하다 보면 뭐라도 하게 될 텐데 말이죠.
생각실험실 활동계획서
20110226 참나무 김가영
*Dreaming of TL, Dreaming by TL.
다양한 전공이 모인 공간에서 서로의 전공을 살려서 한 주제에 대해 여러 각도로 탐구하기. 나의, 우리의 가능성을 신뢰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연습. 나를 자유롭게,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연습.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하여 대안을 내고 서툴러도 하나씩 창조해가는 연습. 논리학, 철학, 자연과학 공부를 토대로 역사, 사회에도 관심을 가지며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세상을 보는 나름대로의 눈을 갖기. 공동체를 꾸려나가며 배려심과 책임감을 갖춘 사람 되기. 생각실험실이 사유의 날을 더욱 날카롭게, 감수성을 더욱 예민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고, 그러한 공간에서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 세상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나의 꿈.
*생각실험실에서 내가 벌인 일/하고 싶은 일.
-참나무 통장 회계
-누구나 피지카: ‘과학공부의 의미’라는 개인적인 탐구 주제와도 결부시켜서 과학지식의 전달 뿐만 아니라 과학적 사고방식이 어떤 것인지 함께 탐구해보기.
-다슬기: 모임 전 학생들끼리의 글쓰기 피드백 시간 추가. 발제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기.
-철철, 고경: 글쓰기 피드백도 같이 이루어지도록. 철철 같은 경우 선생님에게 의존하기보다 학생들이 발제를 맡아서 해 오는 방식이 좋을 것 같다. 발제가 힘들다면 예습, 복습을 하고 질문하는 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
-피지카 씨앗: 고전역학스터디, (셈셈 씨앗: 선형대수학)
-(독서 토론): 함께 읽고 싶은 책 있으면 감상 나누기(비정기적). <오늘의 세계적 가치> 같이 앎의 실천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이 세계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책을 같이 읽었으면 좋겠다.
*내가 탐구하고 싶은 것.
-대학의 정체: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은 어떻게 변질되었는가. 왜 대학에서 진정한 배움을 얻을 수 없을까. 대학과 지식생산은 오늘의 한국인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일까. 한국 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인 고찰을 통해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들어보고 싶음. 앤서니 크롬먼, <교육의 종말>, 이광주, <대학의 역사>, 김영식, <과학, 인문학, 그리고 대학> 같은 책을 읽고 대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책 내용을 재구성하기. 대안적인 공간으로서의 생각실험실이 갖는 의의도 더 뚜렷해질 것.
-과학/과학공부의 의미: 과학적 사고방식/과학적 방법론이란? 현대사회에서 과학의 위력은 어디서 나오나? 학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나?(합리성, 경이로움, 새로운 세계관, 지적인 솔직함(반증가능성에 열어두기), 가설연역적 방법, 창의력과 상상력?), 자연과학은 얼마나 참된 앎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자연과학의 철학적 함의?(원자론, 진화론, 양자역학... ) 과학기술은 현대인을 자유롭게 하는가, 구속하는가?
*쓰고 싶은 글.
-생각실험실 프로그램(다슬기, 철철, 고경)에서 배우고 토론한 것 정리하기. 정리된 내용과 나의 생각을 합해 에세이 형식으로 가공하기. 또는 배운 걸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하기. (내용 정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참나무들과 함께 작업해도 좋을 듯) 프로그램 1시간 전에 글쓰기 피드백 시간에서 서로의 글에 대해 의견 교환을 한다.
-개인적인 탐구의 결과물 정리; 특정 주제(ex. 대학 분과학문제도의 기원과 문제점)를 정해서 읽은 책 내용 정리 + 비판적 코멘트.
free writing mode: 모니터의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생각나는 대로 쓴 글.
남에게 읽히기 위한 글을 쓴다고 생각하니 과연 내가 뭘 안다고 글을 쓴다는 건지, 막막했고 괴로웠다. 나는 블로그 세계에서 과학 분야 파워 블로거들을 알고 있다. 독자들이 궁금해 할 법한 간단해 보이는 의문이라도 제대로, 정확하게 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지식을 필요로 한다. 지금 내 수준에서는 어림도 없다. (물론 내 수준에서의 글을 쓸 수도 있겠지만 어설픈 지식을 갖고 쓴 글을 굳이 다른 사람들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배운 걸 솔직하게 쓰되, 남에게 ‘읽힐 수 있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독자는 글쓴이가 성장하는 걸 보고 배우겠지, 뭐.
웹진? 전범으로 참고할 만한 곳: 인디고잉, 교육저널, 수유+너머 등. 그들의 글을 읽다 보니,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 지 쓰나미같은 회의가 몰려왔다. 물론 시작부터 잘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마치 글을 쓸 수 있는 객관적인 역량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다. 아직은 클라라샘이 말씀하신 웹진의 컨셉(새로운 언론으로서의 기능+유료화?)은 달성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가 일단 시작할 수 있는 건, 모임에서 배운 것을 각자 글로 써 와서 모임 시작 1시간 전에 글쓰기 피드백 시간을 가지며 자신의 글을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배운 것을 토대로 글을 쓰고 서로 간에 의견을 주고받으며 우리의 앎을 증진시키는 그 과정 자체에 의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미언니가 물리학 강의를 같이 듣자고 해서 물리학과 커리큘럼을 찾아봤는데, 김찬주 교수님 입자물리학 강의계획안을 보다가 눈물이 났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어떤 법칙이 있기에 이렇게 장엄한 우주가 존재하는가. 우리 우주는 어떻게 생겨나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등등. ... 양자역학과 특수상대론을 일단 알아야 수식이라도 제대로 베낄(이해는 둘째치고) 수가 있습니다.... 이런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이 과목은 여러분에게 그 어떤 다른 과목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지적 만족감을 느끼게 할 것이며 순수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깨닫게 할 것입니다. 일찌기 수천 년 전 공자님은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했지요.
자연에 숨겨진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이 좋아서 과학 공부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 화학교육이라는 전공에서 제공하는 커리큘럼에 안착하고, 뒤늦게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할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지만 그 깨달음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화학이 어렵고 재미없는 이유를 교수님 탓에 돌리곤 했지만 더 큰 문제는 나의 안일한 학습 태도에 있었다. -- 그렇기에 은영언니가 ‘생각실험실은 단지 학점에 연연하지 않고 쉬엄쉬엄 지적 허영/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대학생의 공간인가?’ 라고 질문한 것이 중요하고, 학교 안에서보다 더 열심히 탐구해야한다고 반성하고 있다.
지적 허영심과 지적 만족감은 뭐가 다를까? 적어도 공부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더 많아지는 나는,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좋아하지만 늘 제대로 떠들고 있는 건지 마음이 불편하다. 지적 만족감의 의미는 공부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열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 즐거움은 안일한 자세로는 절대 얻어질 수 없다. 순수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다는 입자물리학 같은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미적분학, 고전역학, 현대물리, 수리물리, 전자기학, 양자역학 같은 선수과목을 이수해야 한다는 사실로부터, 언제나 그렇듯 위대한 깨달음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덧붙여 생각실험실의 지난 프로그램들이 커리큘럼에서 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대학 바깥에서 모든 것을 다 새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학생들의 이해를 고려한 적절한 스터디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지적 권위를 획득한 전문가들이 마치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샤먼 행세하는 것에 순진하게 넘어가는 아마추어로 더 이상 남아있고 싶지 않다. 물론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직접 경험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얼마나 지적인 정직함을 갖추고 글을 썼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지식을 스스로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힘을 기르고 싶다.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은 욕구와, 세상을 조금 더 낫게 만드는데 내가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지 실천적인 앎을 고민하고 싶은 욕구는, 아직은 나에게 유향성분이 다른 두 벡터다. 정민샘처럼 나도 과학을 계속 공부하면서 언젠간 이성이 세계에 발휘하는 영향력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2013/03/21 13:06
2013/03/21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