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강의에 집중하지 못해서 강의의 내용 자체는 그리 주의깊게 듣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인간의 본성을 바라보는 관점(틀)을 여럿 설정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지겠구나. 라고 생각한 정도이다. 다음은 인간 본성에 관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따른 각기 다른 물음들을 나름대로 정리하려고 애써본 것들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의 논점
1)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내재된 것은 무엇인가?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 전에 있었던 것이 무엇인가?
2) 인간의 고유한 성질은 무엇인가? 인간이 다른 동물 혹은 생물/무생물과 다른 본질적인 차이가 무엇인가?
3) 인간으로서, 인간이라면 가져야 하는 본성이 무엇인가?
4) 인간의 본성은 선한가, 악한가?
5) 기타 : 본성은 변화하는가? 혹은 진화하는가?
인간들이 사회를 이루고 특정 질서를 구성하게 하는 힘을 '본성'이라고 정의하여 논할 수 있나? 이 경우의 '본성'은 선천적인 것도, 후천적인 것도 아닐 수 있지 않나?
* 강의의 주요 주제는 4)번의 물음에 대한 것이었다. 이 물음에 대해 동양의 학자들은 1)번 2)번 3번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성선설/선악설/성무선악설 등 각기 다른 대답을 했다.
-'성선설'을 주장한 사람으로 알려진 맹자는 인간이 선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단서'(사단)가 인간에게 있다고 보았다.
-'성악설'의 주장한 사람으로 알려진 순자는 인간이 악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단서(악단)이 인간에게 있다고 보았다.
--성선설과 선악설은 인간은 날 때부터 선(악)하여 늘 선(악)한 의도에서 행위한다는 뜻이 아니다. 맹자와 순자 모두 '인위'를 강조한다. 본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공동체의 화합을 이루는 선한 인간으로 되어갈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때의 '善'이란 어떤 의미를 갖나? '착하다'? '올바르다'? 그보다도 '질서를 지킨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성무선악설을 주장한 고자는 성에는 선도, 불선도 없다고 보았다. 성무선악설도 세 가지 다른 종류의 주장으로 나눌 수 있다.
*질문 여러 개
1.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것인가?
=> 인간의 본성을 선천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시간적으로 '과거'에 있다고 생각하는 습성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미래에 어떻게 되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찾을 수 있다.(클라라쌤)
: 이런 주장은 '당위'에 대한 것이고,사실의 문제는 그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을 과연 사실적인 것에 대한 물음이라 한정시킬 수 있는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물음은 곧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그러니까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본질이라 주장되어 왔던 수많은 철학자들(그리고 17세기 이후 분화된 각각의 분과학문의 학자들)의 상이한 답들 중 어느 것에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최종적인 답이 없었고, 오히려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어떤 체계를 대변하는 핵심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인간 본성에 관한 물음은 일종의 해결되지 못한 물음, 'problema'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사실에 대한 분석에서보다 오히려 '마땅히 그러해야 할 것', 당위에서 찾아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2.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욕망)는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나? 그것은 '자연'과는 다른 것인가?
=> 인간 내부에서 분출되는 힘들 중, 인간이 인지/컨트롤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인간이 스스로 컨트롤/인지할 수 있는 것은 욕망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욕망이 아니다. 인간이 인지/컨트롤할 수 있는 욕망은 자연이 아니다. 인간이 인지하고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이 자연이다. 자연은 자동적인 process이며 선악 개념이 없다. 그대로 따라간다면 결정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의 프로세스를 어기는 존재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인간이다. 자연에는 인간의 의도가 개입하고, 기계적 결정론으로 커버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며. 선과 악 개념도 그러한 인간으로부터 생긴다.(클라라쌤)
=(더 생각해보기)=>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과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 아닌가? 선생님은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을 모두 생물학적인 기계의 작동으로 보신 것 같다.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기계적인 작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은 없나? 예컨대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무의식을 단지 '자연'이라고만 볼 수 있는 것인가?
3. 동양에서는 인간의 욕구(욕망)을 어떻게 보았나?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부수적인 요인이라고 보았던 것이 아닌가?
=> 완전 궁금함 +_+
=============기타 물음과 생각========================
-다른 학문에서 '존재'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 각 분과학문에서 그 의미를 다르게 쓰고 있다. 그런데 철학의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존재'에 접근한다고 해서 월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철학은 모든 학문적 방법들과 다르다? 모든 학문을 포괄한다?
-어떤 공부를 하기에 앞서, 그 공부에서 초점이 되는 개념들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며 서두를 뗀 ㅇㅇㅇ 참나무(님^^;)
-인간의 본성에 대한 판단이란 행동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같은 행동에 대해서도 그것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인간의 본성을 논하는 근거가 된다.
-조선의 사칠논쟁/예송논쟁/호락논쟁 등 인간 본성에 대한 논의들은 소모적? 과연?
-표준사회과학모델(Standard Social Science Model)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잘 안 나오네요.. 일단 제가 파악한 정보들은 다음과 같아요!)
: 사회과학에서 '풍습custom' 과 같은 것들이 문화에 의해서 결정되며, 사회의 영향을 받지 않은 순수한 상태의 인간은 특정 풍습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주장함. 스티븐핑커가 <빈 서판>이라는 책에서 이러한 가정을 가진 사회과학적 주장들을 '표준사회과학모델'이라고 지칭하며, 그것을 비판했다.
2010/12/28 22:51
2010/12/29 00:56
은영이 아까 잠깐 통화할때 목소리가 안 좋던데 ㅋㅋ 정말 심각하게 후유증 앓고 있는거 아닌지 ㅋㅋㅋ
2010/12/28 23:11
2010/12/29 00:52
진짜댓글 진지한댓글을 원합니당 흐흐
2010/12/31 22:29
연말연시 가족과 따뜻한 시간 보내시고 새해에 뵈어요.
2011/01/03 01:47
좀 제멋대로긴 하죠?^^; 원래 같은 강의를 들어도 필기하는 사람마다 다 다르게 한다잖아요.. (생략과 왜곡을 동반한) 자기 스타일로..ㅋㅋ 지나친 왜곡이 아니었기를 ㅠㅠ
선생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ps 부끄럼 무릅쓰고 올린 건데 호응이 없군요 ㅠㅠ
2011/01/03 03:06
2011/01/05 00:31
연말에 가족여행 갔다온다고 댓글이 좀 늦었는데... 뭐라고 댓글 남길지 계속 주저하다간 아예 못 올릴 것 같아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쓸게요.
여행은 눈내린 부석사와 법주사에 겨울산행을 갔는데, 속리산의 얼어있는 저수지에 눈이 쌓여있는데 저수지를 가로질러 마치 누가 눈을 치운 것 같이 길이 나 있었어요. 철새가 많이 모인다는 (그러나 역시 얼어붙어 눈이 쌓여있었기에 새는 한 마리도 없었던) 금계호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진짜로 사람이 눈을 치운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자연적으로 그렇게 길이 나 있는지 무척 신기했어요. 이런 감정을 '경이'라고 할 수 있다면, 제가 자연과학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과학을 통해 내가 느낀 경이를 설명하고, 또는 내가 감각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자연의 경이를 느끼게 되어서에요. 눈이 쌓인 호수에 길이 나 있는 이유에 대해 물이 흐르는 방향이나, 물의 온도차, 수심, 바람, 산의 그림자 등등 여러 변인들을 찾고 그 이유를 설명하는 가설을 세워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할 수 있겠죠. 그렇게 실험을 통해 결론을 내리고 이론을 만들다보면, 학문의 체계도 더 공고해지지 않을까요? 물론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실험, 가설의 검증 같은 개념은 없었겠지만, 경이로부터 자연스레 과학적 탐구가 따라나올 수 있다는 걸 지적하고 싶어요~
---송효성 참나무의 강의에 대한 여러 생각들:
-인간이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 제 주위의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본래 선하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갈 만한데, 서양 근현대사의 이해 계절 수업을 들으면서 산업혁명 때 어린 아이들이 공장에서, 흑인 노예들이 미국 남부 농장에서 잔혹한 대우를 받으며 중노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그리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러진 수많은 전쟁을 돌이켜보면서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선이라는 견해에 대해: 나치스 군인들을 떠올리면 질서를 잘 지키는 것과 선함은 별개의 문제인 듯...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는 당위에서 찾아야 한다... 저에겐 당위로부터 본성을 추론해낸다는 게 굉장히 이상하게 들리는데, 결국 동양철학의 성선설,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사실적인 답을 내준다기 보다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규범적으로 정의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반면 본성을 생리적인 인간의 속성이라고 말하는 성무성악설의 경우 효성씨가 강의에서 지적하셨듯이 진화생물학에서 밝히려는 인간의 본성과 닮아있는 것 같은데, 가령 선해야 하는 당위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아요 (차이점은?). 그런데 선/악의 개념이 아예 없는 건지 아니면 선을 추구하는 윤리적 충동 같은 것도 인간 본성으로 설명하는 쪽인지는 헷갈리네요. ㅠㅠ
(클라라샘이 지적하셨듯)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욕망에 대해서만 선/악을 말할 수 있고 자연이 결정론적이라면, 생물학은 자연에 대한 사실을 탐구하니까 진화론에서 설명하는 인간의 본성은 선/악에 대해 진술할 수 없겠죠?
-2. (더 생각해보기)에서, 무의식같이 인지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인 기계의 작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과 반대로,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결정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예도 있을 것 같아요. 가령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서 뫼르소는 강렬한 태양에 눈이 너무 부셔서 아라비아인을 살해하는데, 이는 결정론적인 사건이니까 살인에 대해 선악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일까요?
언니의 질문에 답하기보다 또다른 질문들을 해서 더 혼란스러워진 것 같군요. ㅋㅋ 일단 질문들을 던져놓고, 답변은 천천히 생각해볼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