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가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기반하고, 배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일반적인 특징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 나오던 공간이나 생각에 대한 것이던 간에 대상과 제작자 사이의 ‘관계’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보통 극영화에서는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카메라를 든 사람과 대상의 물리적/감정적 거리가 드러남으로써 관객은 좀 더 작품에 공감하거나, 감독의 시선과 태도를 볼 수 있게 된다.
TV스튜디오WS에서 내가 맡은 꼭지가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 이후 4년째인 지금의 태안’을 보여주는 것이라 4~5월에 태안에 세 차례 갔다 왔다. 두 번째로 다녀와서 HDV 테잎을 캡쳐받고 어떻게 편집을 구성할지 생각하다가, 편집실에서 철녕이형에게 촬영 원본들을 보여주었다. 인터뷰 시에는 하미와 후림이누나가 촬영을 하고 스케치 영상은 내가 찍은 것이 많았다. 철녕이형은 나의 촬영 스타일이 보인다고 하셨다. 예를 들면 갯벌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를 멀리서 클로즈업을 하고, 줌 아웃이 되어 롱 샷으로 끝나는 샷이 있다. 부두에서 내려다보며 직었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촬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버스 시간도 임박하고 멀리서 관찰하는 느낌도 괜찮겠다 싶어 그러지 않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작년 11월 도봉산에서 원석이형과 촬영할 대도 그랬고 나는 준망원-망원 정도의 초점거리로 피사체와 약간 떨어져서 찍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로버트 카파는 대상에게 다가가야 좋은 사진이 나온다고 했는데, 물리적 거리 면에서는 나와 다른 성향인 것 같다. 아직까지는 그런 경험을 하지 못했지만 만약 촬영 중에 내 앞에 있는 사람이 펑펑 운다면 나는 무척 당황하며 촬영에 신경쓰기보다 그 사람을 진정시키려고 할 것 같다. 대상이 무엇이든 정서적으로는 가까워지고 그것을 영상에도 드러내고 싶다.
이제까지 본 다큐멘터리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자면 BBC [Planet Earth] 이다. 뛰어난 영상미와 내가 가보지 못한, 앞으로고 가기 어려운 곳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그런데 자연 다큐멘터리 특강을 듣고 나서 내가 일하고 싶은 BBC라는 방송국의 태도가 과연 나와 맞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자연다큐에서의 ‘연출’을 상당부분 허용하고, 현장음보다도 만들어낸 소리가 꽤 많이 들어가는... 특강 이후 Planet Earth 3편 정도 보았는데 ‘아, 이건 연출된 상황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들이 꽤 있었다. 해양생물 촬영을 위해 부득이하게 수조촬영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연출은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하더라도 시청자가 반드시 ’알고 봐야‘ 한다. ’보고 알면‘ 안 된다. 연출된 컷과 연출되지 않은 컷의 경계가 모호하게 섞어놓은 후 후반부에 알려준다면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작년 ‘커머셜 영상제작 기초’시간에 90년대 말 초코파이 광고를 찍기 위해 청개구리 수백마리를 잡고 관리 소홀로 대부분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아팠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한 동물인가? 자연 다큐멘터리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여 촬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왜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려고 하는가? 어릴 적부터 사진 촬영을 즐겨했고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한다. 또 어떤 일을 촬여하면 그것이 기억에 훨씬 더 잘 남고, 과거의 기록을 보관/정리하는 작업이 즐겁다. 다큐멘터리의 여러 장르 중에서 특히 자연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많은데, 인공적인 아름다움 보다 꾸미지 않은 것이 더 멋지다고 생각하고, 점점 환경이 파괴되어가기 때문에 앞으로 기록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이다. 헤원이는 EBS 다큐프라임 제작팀의 FD로 몽골에 갔다왔고 또 다시 몽골에 갔는데, 나도 그런 기회를 통해 내 자신이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에 적합한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 군복무를 산골에서 한다면 몰래몰래 그 곳의 생태게를 관찰/기록하여 제대 후에 작품을 하나 내놓을 생각이다. 로버트 카파는 렌즈의 초점영역을 고정해놓고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는데, 심리학 분야의 학습을 통해 인간이 거리에 따라 느끼는 감정들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고정 초점을 사용해 영상을 촬영하는 실험적인 활동도 해보고 싶다. 이번 학기 전공선택으로 수강했던 TV영상미학에서 실험영화들에 대해 배웠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와 대상과의 거리, 관계 설정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겠다. 기계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나는 기술적인 측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카메라의 성능이나 편집 프로그램, 컴퓨터의 사양 등에 대한 정보는 많이 습득하였고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데, 작품의 기획이나 내용 구성, 또는 그것에 기초가 되는 인문학, 사회과학적 소양은 조금 부족한 편인 것 같다. 나는 학생이니까 다양한 실험들과 시도를 통해, 나의 기록자로서의 태도와 시선을 정립하고, 좋은 다큐멘터리 제작자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