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실험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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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inulture (토론 | 기여)님의 2012년 1월 12일 (목) 19:23 판 (201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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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클라라는 '잠자는 미녀 역설'문제에 대해서 논문을 쓰고 상상화에게 같이 읽자고 제안한다. 상상화는 수학을 못해서 주눅이 들어 논리학자들은 왜 미녀를 좋아하냐고 잠자는 추녀로 문제 이름을 바꾸기 전에는 읽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클라라의 논문이 꽤 유익하고 이해할만해서 확률의 개념에 대해서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논리학계에서는 엘가라는 사람이 제기한 '잠자는 미녀 문제'가 꽤 논란이 되고있는 모양이다. 일요일에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오면 월요일에 자고 있는 미녀를 깨워서 동전이 앞면이 나왔을 확률을 묻는다. 일요일에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오면 월요일에 깨워서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받은 기억을 지운 뒤 재운다. 그리고 미녀를 다시 화요일에 깨워서 같은 질문을 한다. 따라서 두번째하는 질문일 경우 기억이 지워진 상태에서 듣게되므로 미녀는 자기가 언제 일어나는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설정 전반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이제 미녀의 입장에서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날 동전이 앞면이 나올 확률을 묻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해야하나? 논리학자들의 답은 1/2 , 1/3 혹은 관점에 따라 두 답 다 나올 수 있다 등으로 나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솔직히 언제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그냥 동전이 던져졌을테니 동전이 앞면과 뒷면 중 한 면이 나올 것이고 따라서 1/2이 답이다. 하지만 월요일에 일어났고 앞면이 나왔을 경우, 월요일에 일어났고 뒷면이 나왔을 경우, 화요일에 일어났고 뒷면이 나왔을 경우 따라서 총 3가지 경우가 있으므로 1/3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클라라는 1/2라고 주장하며 이를 논증하는 논문을 썼다. 상상화는 뒷부분 증명 과정이 수식이라 읽기 싫어서 안 읽었지만 그래도 확률의 개념에 대해서 초보적인 수준에서 드는 깨달음이 있었다.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우연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데는 다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인간은 무지 및 주어지는 정보의 한계로 인해 그 모든 이유를 세세하게 파악할 능력이 안 될 뿐이지 이유가 없는 사건은 존재할 수 없다.(이를 충족이유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확률은 제한된 정보를 가진 인간이 그 정보를 가지고 어떤 사건이 어떻게 벌어질지에 대해서 추측하는 기술이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정보에 따라서 확률을 계산한다. 우리가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을 1/2이라 하는 것은 낙하방향의 법칙이나 중력의 법칙 등의 정보를 모르므로 앞면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정보량이나 뒷면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정보량이나 같으므로(이를 클라라는 정보대칭성이라 이름 지었다), 즉 둘 중에 어느 하나를 참이라고 판단하게 하는 정보가 똑같으므로 1/2이라고 한다. 논문에서는 '잠자는 미녀 문제'를 풀기 위해 사전예측과 사후추측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해보는 것이 사전예측이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 추측하는 것 사후추측이다. 사전예측과 사후추측은 대부분 그 확률값이 같게 나오지만 간혹 사후추측의 경우 이미 벌어진 일에서는 뭔가 더 정보가 주어질 수 있으므로 사전예측과 사후추측의 확률값이 다를 수 있다.

20120110

학자 혹은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법에 대하여

나는 상상화다. 오늘은 보미 언니가 라볶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생각실험실에 왔다. 클라라 샘은 보미 언니를 된장녀라고 부르고 장난치며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의 행동이 이상해서 그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보미언니가 과연 된장녀인지 된장녀의 개념에 대해 따지고 된장녀에 담긴 여성비하적 시선에 대해서 그리고 된장녀의 소비행태가 과연 비난할 만한 것인지 따졌다. 그랬더니 클라라 샘은 또 보미언니가 매우 싫어하나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무한도전이나 대중음악을 보미 언니에게 자꾸 들려줬다. 클라라 샘이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므로 대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캐물어보니 클라라 샘은 보미 언니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클라라 샘은 그 스스로가 돈을 벌어야 하는 철학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세가지의 길 중에 선택해야만 했었다. 첫째는 대학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는 것, 둘째는 대중의 감각에 맞는(=수요가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 셋째는 돈을 아껴쓰는 것. 클라라 샘은 이 세가지를 동시에 절충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생님은 보미 언니가 계속해서 음악을 하기를 바라는데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경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보미 언니가 사회에, 현실에,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배움터가 곧 일터가 되고 예술, 철학, 학문 등을 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을 통해 돈도 벌고 또 작업을 통해 인정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실험실의 이념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대중의 음악적 센스가 과연 무엇인지 이 음악 저 음악들을 들으며 토론하다가 보미 언니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는데 내 귀에는 신선하고 좋았다.

출판사 관계자 분과의 만남

또 오후에는 우리말길원고를 보고 관심을 보인 출판사 동녘 관계자 분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크게 두가지의 생각할 거리들을 얻었다. 첫째로는 인간의 진정성에 대한 것이었다. 비즈니스 모임에서는 이기적으로 계산해서 이익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가졌는데 클라라 선생님은 인간 대 인간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생각실험실의 내부 사정, 고충, 사업의 현실가능성 등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 했던 점이 인상깊었다. 언젠가 유재석이라는 국민 개그맨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은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일 그 자체만으로 참으로 감사해하고 온 마음으로 그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진정성, 정신, 마음, 이념 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 계기였다.

두번째로는, 내가 과연 생각실험실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깊은 반성을 했다. 그 분이 생각실험실이란 공동체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클라라 샘이 대답을 했는데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외부 사람이 질문하는 것을 들으며 속으로 답을 생각해 보니 새삼 지금 생각실험실이 잘 되고 있는지 반성해보게 되었다. 금요일은 선생님이 출장을 가셔서, 토요일은 오전에 배탈이 나서 일을 못했는데 생각실험실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하게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가 아니라 생각실험실에 대해서 계속 묻고,또 생산하실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질문하셔서 우리말길이 당장 출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진심을 다 하고, 또 출판의 수익 모델 및 시장상황 등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끊임없이 많은 공부를 해서 꼭 우리말길에 담긴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게 하고 싶다. 더 나아가 생각실험실의 이념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20120105

점심을 먹는데 상상화가 재밌는 걸 보면서 밥을 먹자고 하자 클라라가 노무현 대통령 다큐를 보여줬다. 상상화는 정치와 같이 심각하고 짜증나는 걸 보게되자 괴로워서 반발했다. 클라라는 상상화가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상상화는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마음으로 객관적인 팩트들만을 조합하여 시니컬하게 판단해보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무현 집권 당시에 상상화는 수험생이라 입시 준비만 했었기 때문에 잘 몰랐었지만, 역사적으로 어떤 정치적 이념들이 가치있다고 기록되어 왔는지를 감안했을 때 이 사람은 꽤 놀라운 사람이었다. 클라라가 나중에 노무현주의 책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피드백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사회학도이면서 정작 현실 정치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자신에 대해서 한심함을 느꼈다.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정치체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세상에 대한 환멸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관심을 끊었다.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 반성해본 결과 다양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가져야지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상상화는 클라라가 어떻게 매체를 선정해서 정보를 수용하는지 그 과정들을 질문한다.

20120104

상상화는 지난 저녁에 보아의 연습생 시절 영상을 보고 열심히 해야지 성취할 수 있는 듯 하다고 클라라에게 이야기했다. 클라라는 인문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잘 없다고 이야기한다. 상상화는 오전에 우리 말길을 읽고 거침없는 피드백을 해주었고 클라라는 상심한다. 상상화는 클라라가 내용은 좋지만 이 내용을 학습자가 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는 법을 잘 모른다고 따졌다. 클라라는 오전에 성찰을 번역하고 가사노동을 했다.

<youtube>3iByfKgoqlk</youtube>

20120103

오전에 클라라는 논문을 읽었고 상상화는 감사카드를 쓰고 우리 말길원고를 검토하였다. 상상화는 수학의 정석이 학교에서 수학시험을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변의 베스트셀러 교과서로 남아있는 것처럼 우리 말길또한 논리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을 또렷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고 넘어가야할 첫 교과서가 되기를 꿈꿨다. 심리학적으로, 인지과학적으로 학습자가 어떤 정보를 더 잘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어떠한 장치들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우리 말길은 내용은 좋지만 그러한 장치들이 잘 되어 있지 않다고 상상화는 생각한다. 예컨대 학습목표를 적어주고, 단원의 제목을 좀 더 명쾌하게 적어주고, 마지막엔 반드시 알아야할 것을 요약해주고 등등. 그 문제들을 가지고 몇몇 논쟁들이 있었는데 클라라는 문제집 같이 만들기보다는 교양서와 교과서의 어떤 중간 단계를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점심 시간에는 이학사 출판사에 디자인을 하시는 어떤 분이 놀러오셔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