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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
 
죽음이라는 거울에 비친 삶, 그리고 가볍디 가벼운 존재의 무게
 
 
 
2008년 2월, 의사가 제게 제 몸에서 종양이 발견되었고 영상 진단 결과 암인 것 같으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전이가 되었을 것 같은데 이 경우 제가 계속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도 함께 들었습니다. 당시 힘든 대학 입시를 간신히 마치고 이제 막 대학생활을 하고 있던 대학교 1학년생의 저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였습니다. 저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조직 검사를 한 결과 그 종양은 암이 아닌 그냥 단순한 양성종양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고 저는 다시 살아났습니다. 병원에서의 1주일은 저의 인생을 완전하게 바꿔놓았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죽음을 마주 보았고, 죽음 앞에 떨고 있는 가녀린 사람들의 영혼들을 보았고, 언제든 깨지기 쉬운 삶의 연약함을, 제가 당연하게 추구해왔던 욕망들의 덧없음을 보았습니다.
 
  그 경험 이후 저는 수없는 내적 방황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큰 일탈 없이 사회적으로 주어진 삶의 궤도를 충실하게 걸어오던 사람이었습니다. 학생이니까 공부를 했고  대학을 가야하니까 대학을 갔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제 존재의 당위와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삶은 무엇일까? 이렇게 주어진 삶을, 세상을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나는 어떻게 삶을 살아야할까? 내가 이 순간 추구해야할 가치는 무엇인가?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으로 삼아야할까?’ 이제까지 제 삶은 어떤 진지한 성찰도 없이 오직 주어진 과제를 잘 성취하는 스포츠 정신만이 가득한 삶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에 삶을 비추어보자 오히려 더 또렷하게 삶의 복잡함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세상을 보는 제 얕은 통찰력에 너무나 괴로웠고 지나치게 가벼운 제 존재의 무게가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삶은 너무나 어려웠고 길을 잃은 저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삶에 대한 비관주의와 싸워야했습니다.
 
  또 제가 두 발을 딛고 서있는 이 세상이란 곳은 너무나 많은 비극과 고통이 벌어지는 곳이라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저는 병원에서 돈 없는 환자들이 몸이 아픈데도 보험이 되는 약만을 처방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몸이 아픈 환자들이 하루하루 고통과 싸워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 삶 속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고통을 마주보았습니다. 저는 그 때부터 비로소 세상에 산재한 고통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전쟁에 고통 받고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굶주림에 고통 받고 어떤 곳에서는 사람들이 불의에 고통 받고 아파하고 있는데도 어떻게 그런 고통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웃고 떠들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세상에 산재한 어둠과 고통에도 마음이 아파 대체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고민하였습니다.
 
  대학생들이라면 다 해야 한다는 스펙관리는 뒷전으로 하고 저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삶을 기웃거리며 제가 삶, 세상에 대해 긍정하고 애착을 갖게 해줄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 헤맸습니다. 부? 명예? 권력? 안락함? 인기? 출세? 좋은 직장? 쾌락? 종교? 저는 사람들이 목표로 하여 추구하는 가치를 잘 관찰하고 그 가치가 과연 정말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따져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가치도 저에게 해답을 주지는 못하였습니다. 저는 죽음을 마주하는 경험을 하였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추구하기로 유명한 가치들은 존재의 이유가 되기에는 너무나 가볍고 덧없고 단순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한 결정은 세상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지각한 채 내린 판단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또 종교는 저의 지성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너무나 많은 믿음만을 강요한다고 생각하여 마음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우연히 생각실험실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순수 학문, 예술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방황 끝에 발견한 가치: 공동체, 타자와의 대화, 인간 정신의 산물, 더 좋은 세상에 대한 낙관
 
 
 
 
 
생각실험실은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대학의 선생님들이 돈을 모아 한옥을 빌려 학생들이 자유롭게 스터디를 할 수 있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는 어리고 열정적인 예술가 친구들이 있었고 앎을 추구하는 지적방랑자들이 함께 모여 있었습니다. 저는 순수 학문들을 접하며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깊고 진지한 사색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무형의 정신적 산물들을 접했고 제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깊어지고 인간을 둘러싼 모든 현상들을 예전보다는 잘 보이게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예술가 친구들에게서는 예술이라는 게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그 예술적 삶의 태도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삶을 자유롭고 통쾌하게 비틀어 볼 줄 아는 정신, 예술적 창작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일에 몰두하며 예술적 삶에 애착을 가지는 열정과 마음을 엿보았습니다. 세상을 둘러보니 이제야 그러한 정신적 산물들이 사람들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가 보였습니다. 사람들의 행동 뒤에 숨어있는 나름의 관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세상에 떠다니는 온갖 관념들이 흐릿하지만 느껴져서 이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저는 이곳에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타자의 삶과 가치, 정신을 서로 대화를 통해 교류할수록 제가 풍요로워지고 성숙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도시에서 자라나서 이런 종류의 공동체를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참으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인간은 정치적인, 즉 공동체적인 인간이라는 말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원자화된 개인이 각자 스스로의 삶을 완성해갈 수 있다는 개인주의적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세상에 신이란 게 있다고 친다면 각 개인의 안쪽에 있는 것이 아닌 나와 타인이 마주하는 그 사이에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의 진, 선, 미와 같은 가치는 오직 나와 타인이 대화하려고 노력하려는 시도 속에만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생각실험실의 친구들이 대학원에 가고 군대를 가고 취직을 하는 등 자신의 삶에 바빠지면서 친구들은 하나 둘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소중히 여기던 공동체가 사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해체되는 것이 슬펐습니다. 이곳이 지속가능한 공동체가 아니라 젊은 날의 추억으로 남을 공동체가 되는 것이 슬펐습니다. 예술과 순수학문이 돈이나 안락함 못지않은 매우 중요한 삶의 자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동료들이 사회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또 저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판단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저의 또 다른 공동체인 대한민국이 좋고 바른 공동체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정치적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제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스스로의 지성적인 판단을 현실 정치에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는 이 현상은 그런 인간정신의 산물이, 지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지 않았고, 사회에서 그러한 사고의 산물들이 저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문명에서 많은 것들이 교육을 통해 계승되고 각각의 분야가 그 나름의 기여를 사회 속에서 해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러한 무형의 인간정신의 산물, 사고의 산물들이 제가 애착을 가지게 된 가장 소중한 가치이고 저는 이 가치를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스스로 이 가치를 추구해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어리고 부족하여 능력이 되지 않지만 이 일에 제 삶을 헌신하여 스스로의 사고력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이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저는 하자센터, 씨즈, 그리고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서 기쁩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함께 또 다른 소중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설레고 기대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고 이곳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더 좋게 만들고 싶어 하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되어 이 인연이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인해 한 때 고통과 비극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많은 비관과 회의를 가져왔었지만 이제 삶에 대한 태도는 지성적 판단이 아닌 오로지 제 믿음에 달릴 수밖에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믿음은 믿음 그 자체로 힘을 가지며 정말로 세상을 좋게 바꿀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언제나 이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것입니다. 이곳은 결코 더 나은 곳으로 변할 수 없고 우리는 그저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다는 비관주의와 회의주의에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입니다. 이곳에 모이신 많은 분들은 저의 이런 믿음을 같이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 참으로 기쁩니다. 모든 사회적 진보는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았던 이상을 꿈꿨던 이상주의자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상을 현실에 구현할 수 있는 이상적 현실주의자가 되는데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노소영==
 
==황혜리==
 

2012년 4월 17일 (화) 23:24 기준 최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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