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실험실 일기"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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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화는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클라라에게 우리말길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였다. 상상화는 우리말길이 사회의 문제점을,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개혁할 수 있는 혁신적인 책이 되기를 바란다. | 상상화는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클라라에게 우리말길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였다. 상상화는 우리말길이 사회의 문제점을,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개혁할 수 있는 혁신적인 책이 되기를 바란다. | ||
− | 첫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더 이상 출신 학교 등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평가는 오직 그 사람의 고등학교 수능 성적만을 말해줄 뿐이며 인재를 가리는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또한 교육의 본질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누가 어느 수준에 있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되어야하는데 대학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은 사람을 평가할 대학 간판을 나눠주는 학벌 자산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가 합당하며 절대적인 부동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학벌주의를 하나의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벌주의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하고 많은 학생들은 학벌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상상화 또한 자신의 에너지를 학벌자산을 얻는 것에 쏟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학벌 외에 추구해야할 진정한 자산을 사회에서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화는 진짜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가장 가치가 있는 공부는 대학간판, 스펙, 영어 실력 등이 아니라 | + | 첫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더 이상 출신 학교 등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평가는 오직 그 사람의 고등학교 수능 성적만을 말해줄 뿐이며 인재를 가리는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또한 교육의 본질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누가 어느 수준에 있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되어야하는데 대학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은 사람을 평가할 대학 간판을 나눠주는 학벌 자산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가 합당하며 절대적인 부동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학벌주의를 하나의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벌주의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하고 많은 학생들은 학벌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상상화 또한 자신의 에너지를 학벌자산을 얻는 것에 쏟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학벌 외에 추구해야할 진정한 자산을 사회에서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화는 진짜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가장 가치가 있는 공부는 대학간판, 스펙, 영어 실력 등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능력이라고 생각한다. |
− | 둘째 상상화는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합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라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말길이 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화는 상상한다. 영어에 쓰일 노력, 토익 점수 올리는 데 쓸 노력, 고등학교 시절 시험 점수를 위해 공부해야만 했던 그 모든 노력을 '우리 말길'에 쏟았으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본다. 상상화는 우리 말길이 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몸소 경험한 사람이다. 상상화는 우리 말길이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회가 최소한의 말도 안되는 비논리적인 불량의견 정도는 피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 + | 둘째 상상화는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합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라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말길이 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화는 상상한다. 영어에 쓰일 노력, 토익 점수 올리는 데 쓸 노력, 고등학교 시절 시험 점수를 위해 공부해야만 했던 그 모든 노력을 '우리 말길'에 쏟았으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본다. 상상화는 우리 말길이 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몸소 경험한 사람이다. 상상화는 우리 말길이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회가 최소한의 말도 안되는 비논리적인 불량의견 정도는 피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
==20120118== | ==20120118== |
2012년 1월 25일 (수) 22:29 판
목차
20120124
클라라는 왜 명석한가?
상상화는 몸이 나아져서 우리말길 원고를 잘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무언가 머리가 지성의 등산을 하는 것 마냥 힘들고 하기싫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에 비해 클라라는 생각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빈틈없는 생각하기를 좋아한다. 클라라는 어린 시절 학원에 다니지 않았고 학교에서도 수업을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 먹고 처음으로 고1때 물리학 참고서를 한문장 한문장 꼼꼼히 읽고 이해했는데 이를 최초의 제대로 된 공부였다고 기억하고 있다.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없었기에 책에 의존해야했던 클라라는 이후로도 어떤 공부를 할 때 한문장 한문장 꼼꼼히 따지고 이해하고 곱씹으면서 공부를 하였고 그로 인해 꽤 머리가 좋다.(는 인상을 상상화에게 준다.) 상상화는 평소 자신과 클라라의 머리 능력에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 하지 않고, 또 공부할 때 시간을 들여서 하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고 꼼꼼히 한문장씩 이해해 나가는 공부를 하면 굉장한 지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상상화는 생각하기 싫어하고 놀기를 좋아하는데 억지로라도 꼼꼼하게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꼼꼼하게 이해하는 일은 몹시 귀찮고 노는 게 더 즐겁지만 그 결과 얻게 되는 능력이 매력적으로 보였기 떄문이다.
20120121
상상화의 눈물
상상화는 몹시 절망하여 눈물을 흘렸다. 생리통이 심해서 며칠간 우리말길 원고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몸도 안 좋았지만 무엇보다 글이 적혀져 있는 원고를 몇시간을 쳐다보아도 머리에 3줄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상상화의 자유의지와 관계없이 도저히 머리가 작동하지를 않았다. 상상화는 깊은 상심에 잠겼는데 이런 몸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또 이 것이 자신이 여자이기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는 건지(그녀는 평소에 왜 업적을 남긴 여자 철학자가 극소수인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몸이 약한(장애를 가진) 사람은 공부를 할 수 없는 건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였다. 너무 슬펐던 탓인지 상상화는 모든 생명체가 삶에서 겪는 비극과 고통에 대해 이야기하며 권력을 가진 인간이 이 모든 고통을 줄이고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다행히 다음날 푹 쉬고 나니 상태는 나아져서 글을 읽을 수 있게 됐다. 상상화는 생각실험실에서 집중력,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겠다고 다짐한다.
20120119
상상화가 우리말길에 대하여 꾸는 꿈
상상화는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클라라에게 우리말길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였다. 상상화는 우리말길이 사회의 문제점을,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개혁할 수 있는 혁신적인 책이 되기를 바란다.
첫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더 이상 출신 학교 등을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러한 평가는 오직 그 사람의 고등학교 수능 성적만을 말해줄 뿐이며 인재를 가리는 합리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 또한 교육의 본질은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경쟁의 장이 아니라 누가 어느 수준에 있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가 되어야하는데 대학으로 서열을 매기는 것은 사람을 평가할 대학 간판을 나눠주는 학벌 자산을 만들어내는 것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사회에서 학벌주의가 합당하며 절대적인 부동의 기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학벌주의를 하나의 사회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학벌주의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존재하고 많은 학생들은 학벌주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한다. 상상화 또한 자신의 에너지를 학벌자산을 얻는 것에 쏟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사람들이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학벌 외에 추구해야할 진정한 자산을 사회에서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화는 진짜 우리 공동체가 추구해야할 가장 가치가 있는 공부는 대학간판, 스펙, 영어 실력 등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상상화는 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합당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나라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고 우리말길이 이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상화는 상상한다. 영어에 쓰일 노력, 토익 점수 올리는 데 쓸 노력, 고등학교 시절 시험 점수를 위해 공부해야만 했던 그 모든 노력을 '우리 말길'에 쏟았으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본다. 상상화는 우리 말길이 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몸소 경험한 사람이다. 상상화는 우리 말길이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사회가 최소한의 말도 안되는 비논리적인 불량의견 정도는 피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기를 꿈꾼다.
20120118
영화 부러진 화살을 관람하다.
클라라와 보미언니와 함께 석궁사건을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을 조조로 보았다. 요지는 이러하다. 어떤 교수가 입시 문제가 잘못 출제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인정하고 정정하자고 끝까지 요구하였으나 대학의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학교측과 동료교수의 잘못을 감싸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변질된 집단주의가 결합하여 교수는 결국 대학에서 쫓겨난다. 교수는 법정에서 해임이 부당하다고 싸웠으나 대학의 편인 판사는 법에 따라 제대로 된 판결을 하지 않았고 화가 난 교수는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가 판사가 아니라 벽을 화살로 쐈다. 그러나 판사는 활에 배를 맞아 다쳤다고 주장하고 검찰은 그 증거를 내놓고 교수를 기소한다. 실제로는 구부러졌던 화살은 펴진 채로 증거가 제출되었고 와이셔츠에는 피가 안 묻었으나 속옷과 겉옷에는 피가 묻은 이상한 증거가 제출되었다. 이 밖에도 검찰의 주장과 증거가 위조되었고 말이 안 된다는 주장들이 계속 공개된다. 피고측이 증거 검증을 요구하는 주장들은 거부된다. 교수는 오직 법의 원칙에 따라서 자기의 주장을 편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 언론에서조차 이 부당한 판결 과정은 공개되지 못한다. 판사들은 긴급하게 대회의를 통해 이를 사법부 테러로 규정하기로 결의하고 결국 그는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참으로도 후진적인 사회에서 벌어질법한 이 이야기가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재현했다는 사실은 마음 속에 있는 정의관념을 건드리며 어떠한 분노,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교수를 내쫓은 소위 지식인들은 학문적 양심보다 자신의 밥그릇이 더 중요한가? 법치국가에서 법이 원칙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과연 정의는 무엇인가? 법은 한 사회에서 합의하고 지켜할 기준을 세우고자 하는 노력이고 그 원리는 근본적으로 '정의'가 아니었던가? 우리 사회의 법은 공정한 기준이 아니라 기득권에 대한 도전을 처벌하라고 있는 것인가? 사법부라는 권력층은 이제 어떠한 정당성을 가지고 법을 집행할 것인가? 한국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
클라라는 이 영화를 보고 본인의 학문세계를 이야기한다. 클라라는 학문적으로 물리주의자들의 주장 그리고 자유의지,영혼의 존재,의미의 세계등을 부정하려는 주장에 반박하고자 한다. 이들의 주장은 결국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무질서의 상태를 옹호하는 쪽으로 귀결되고 클라라에게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오는 개인주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에게는 타자와 나의 차이를 감지하고 대화하는 것이 진정으로 진리에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나름의 인식론적인 철학이 있다. 공동체 없이는, 나와 타인의 차이를 감지하지 않고는 어떠한 가치도 존재할 수 없다. 오직 개인, 주체에서 인식론적인 토대를 쌓으려했던 주장은 근대 인식론의 맹점이자 스캔들이다. 클라라의 저 주장들에는 나름 치밀한 논증이 있는데 귀 동냥으로 들어서 거기까지는 모르겠다. 사회학과인 나는 공동체주의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인간은 결코 사회 집단에 어떤 영향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없고,실제로 개인에게 미치는 사회의 영향력은 학문적으로 탐구해보았을 때 어마어마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모르므로 무시하고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떠한 개인도 타인들의, 공동체의 존재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 진공상태에 놓여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추상적으로 보이는 사회문제일지라도 이는 어떤 식으로든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선악의 존재에 대하여, 그 기준에 대하여, 윤리 문제에 대해서 대체 어떻게 접근해야할 것인지는 혼란스러웠다. 성폭행한 행위에 어떤 죄의식도 가지지 않는 사람들, 살점을 물어뜯고 싸우는 곳에서 약자는 설 곳이 없는 잔인한 풍경들은 직관적으로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얼마나 위험하고 끔찍한 곳인지 말해준다. 그러나 직관과 진짜 그러한 지의 문제는 다른 문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은 공동체 속에서 조금이라도 타인과 교류하는 인간이라면 반드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문제로 보인다.
20120116
상상화는 우리말길을 읽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였다. 좋은 교재란 학습자 입장에서 배우기 쉬워야하고 배우기 쉬우려면 구성이 명확하고 좋아야한다. 목차만 보고도 정보가 어떻게 분류되어있는지 머리에 틀이 잡힌 다음에 각각의 단원별로 단락별로 문장별로 정보를 그 틀 속에 집어 넣어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보들이 난잡하게 되어있지 않고 분류가 잘 되어있어야 학습자가 배우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클라라의 원고는 정보들이 나름 정리된 채 쓰려고 했지만 정리가 잘 안 된 느낌이다. 전체 구성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된다. 상상화는 철저히 반작가주의적이고 학습자지향적인 교재를 꿈꾼다.
20120113
클라라와 상상화는 전자책으로 콘텐츠를 출판하기로 마음먹는다. 이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수익을 내기로 다짐하고 부산을 떠느라 하루는 금방 흘러갔다. 낮에는 인문학 자립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하는 대학생 둘이 찾아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실험실과 비슷하지만 이미 본인들만의 정체성이 확고하고 주도적으로 해보고 싶어서 생각실험실의 회원이 되지 않고 공간만 빌려 쓰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 분들이 공간을 쓸 시간이 정해지면 월 회비를 내고 대여하기로 하였다. 상상화는 그 분들이 아직 첫 기획단계라서인 것은 알지만 아직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적이라고 생각되어 좀 걱정이 되었다. 아무리 뜻이 멋져도 현실에서 실현해 내는 것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같은 하늘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같은 기획을 하는 두 단체가 있었다는 사실이 무언가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세대의 힘든 삶,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내게 펼쳐질 것 같은 어떤 미래, 돈을 벌고 살아야하는 사람이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 이 모든 조각들이 연결되었을 때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일까.
20120112
클라라는 '잠자는 미녀 문제' 대해서 논문을 쓰고 상상화에게 같이 읽자고 제안한다. 상상화는 수학을 못해서 논리학자들은 왜 미녀를 좋아하냐고 잠자는 추녀로 문제 이름을 바꾸기 전에는 읽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클라라의 논문이 꽤 유익하고 이해할만해서 확률의 개념에 대해서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논리학계에서는 엘가라는 사람이 제기한 '잠자는 미녀 문제'가 꽤 논란이 되고있는 모양이다. 일요일에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왔을 경우, 자고 있는 미녀를 그 다음날인 월요일에 깨워서 일요일에 동전이 앞면이 나왔을 확률이 얼마일지 묻는다. 그러나 일요일에 동전을 던져서 뒷면이 나왔다면 월요일에 깨워서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받은 기억을 지운 뒤 재운다. 그리고 미녀를 또 한번 화요일에 깨워서 같은 질문을 한다. 따라서 일요일에 뒷면이 나와 화요일에 두번째로 질문받을 경우 기억이 지워진 상태에서 듣게 되므로 미녀는 자기가 몇번째로 질문받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미녀는 이러한 설정 전반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미녀의 입장에서 월요일인지 화요일인지 알 수 없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 일요일에 동전이 앞면이 나왔을 확률을 묻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대답일까? 논리학자들의 답은 1/2 , 1/3 혹은 관점에 따라 두 답 다 나올 수 있다 등으로 나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동전이 일요일에 던져졌을 때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한 면이 나올 것이고 따라서 1/2이 답이다. 하지만 만약 계산을 달리하여 일요일에 앞면이 나왔고 월요일에 깨어난 경우, 일요일에 뒷면이 나왔고 월요일에 깨어난 경우 , 일요일에 뒷면이 나왔고 화요일에 깨어난 경우 경우 즉 총 3가지 경우가 있으므로 1/3이라는 계산도 가능하다.
클라라는 미녀가 해야할 답은 1/2라고 주장하며 이를 논증하는 논문을 썼다. 상상화는 뒷부분 증명 과정이 수식이라 읽기 싫어서 안 읽었지만 그래도 확률의 개념에 대해서 초보적인 수준에서 드는 깨달음이 있었다. 라이프니츠에 따르면 우연적인 사건이 벌어지는 데는 다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인간은 무지 및 주어지는 정보의 한계로 인해 그 모든 이유를 세세하게 파악할 능력이 안 될 뿐이지 이유 없는 사건은 존재할 수 없다.(이를 충족이유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확률은 제한된 정보를 가진 인간이 그 정보를 가지고 어떤 사건이 어떻게 벌어질지에 대해서 추측하는 기술이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정보에 따라서 확률을 계산한다. 우리가 동전을 던졌을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을 1/2이라 하는 것은 낙하방향의 법칙이나 중력의 법칙 등을 모르므로 앞면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정보량이나 뒷면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게 하는 정보량이나 같기 때문이다.(이를 클라라는 정보대칭성이라 이름 지었다) 즉 둘 중에 어느 하나가 일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게 하는 정보량이 똑같으므로 1/2이라고 한다.
논문에서는 '잠자는 미녀 문제'를 당연히 1/2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말해주기 위해 사전예측과 사후추측의 개념을 구분한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예측해보는 것이 사전예측이고 사건이 일어난 후에 추측하는 것 사후추측이다. 사전예측과 사후추측은 대부분 그 확률값이 같게 나오지만 간혹 사후추측의 경우 이미 벌어졌던 일이기 때문에 확률 계산시 더 정보가 주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사건이라도 그 일이 벌어지기 전에 하는 사전예측과 그 일이 벌어진 후에 하는 사후추측의 확률값이 다를 수 있다. 미녀가 동전이 던져지기 전에 추측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1/2이겠지만 동전이 던져진 후에 추측하는 것이므로 확률 계산은 알쏭달쏭해진다.
클라라는 이 미녀 문제를 변형하여 일요일에 뒷면이 나오면 미녀를 무한대로 계속 깨우자고 한다. 1/3이라 답한 사람들에 따르면 일요일에 뒷면이 나왔을 경우 무한대분의 1이므로 일요일에 앞면이 나왔을 확률은 0이 되므로 이는 직관적으로 맞지 않다. 오히려 합당한 확률 계산은 일단 내가 깨어났을 때 내가 속한 세계가 앞면이 나와 처음으로 깨어난 세계인지 아니면 뒷면이 나와서 무한대로 일어나야하는 세계인지 둘 중에 하나를 추측해야한다. 이 때 앞면이 나와 처음으로 깨어난 세계일 확률이 0인 것은 합당하지 않다. 아마 수학적으로 이를 증명해보이는 모양이지만 상상화는 수학을 모르므로 읽어보지는 않기로 한다.
20120110
학자 혹은 예술가로서 살아남는 법에 대하여
나는 상상화다. 오늘은 보미 언니가 라볶이를 만들어주기 위해서 생각실험실에 왔다. 클라라 샘은 보미 언니를 된장녀라고 부르고 장난치며 다정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의 행동이 이상해서 그 진심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보미언니가 과연 된장녀인지 된장녀의 개념에 대해 따지고 된장녀에 담긴 여성비하적 시선에 대해서 그리고 된장녀의 소비행태가 과연 비난할 만한 것인지 따졌다. 그랬더니 클라라 샘은 또 보미언니가 매우 싫어하나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무한도전이나 대중음악을 보미 언니에게 자꾸 들려줬다. 클라라 샘이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므로 대체 왜 그러한 행동을 하는지 캐물어보니 클라라 샘은 보미 언니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클라라 샘은 그 스스로가 돈을 벌어야 하는 철학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 세가지의 길 중에 선택해야만 했었다. 첫째는 대학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는 것, 둘째는 대중의 감각에 맞는(=수요가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 셋째는 돈을 아껴쓰는 것. 클라라 샘은 이 세가지를 동시에 절충하는 방식을 택했다. 선생님은 보미 언니가 계속해서 음악을 하기를 바라는데 이 때 반드시 필요한 경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지속가능한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염려하는 마음에서 보미 언니가 사회에, 현실에,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적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배움터가 곧 일터가 되고 예술, 철학, 학문 등을 하는 사람이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작업을 통해 돈도 벌고 또 작업을 통해 인정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생각실험실의 이념이 엿보이는 순간이었다. 계속해서 대중의 음악적 센스가 과연 무엇인지 이 음악 저 음악들을 들으며 토론하다가 보미 언니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는데 내 귀에는 신선하고 좋았다.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보미 언니가 정말 행복해하고 흥분하는 게 느껴져서 음악을 사랑하는 열정이 있다고 느꼈다.
출판사 관계자 분과의 만남
또 오후에는 우리말길원고를 보고 관심을 보인 출판사 동녘 관계자 분과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크게 두가지의 생각할 거리들을 얻었다. 첫째로는 인간의 진정성에 대한 것이었다. 비즈니스 모임에서는 이기적으로 계산해서 이익을 챙겨야한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가졌는데 클라라 선생님은 인간 대 인간의 신뢰관계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생각실험실의 내부 사정, 고충, 사업의 현실가능성 등을 진솔하게 이야기해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려 했던 점이 인상깊었다. 언젠가 유재석이라는 국민 개그맨이 지금과 같은 인기를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은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일 그 자체만으로 참으로 감사해하고 온 마음으로 그 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진정성, 정신, 마음, 이념 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 계기였다.
두번째로는, 내가 과연 생각실험실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깊은 반성을 했다. 그 분이 생각실험실이란 공동체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클라라 샘이 대답을 했는데 이미 알고 있던 것이지만 외부 사람이 질문하는 것을 들으며 속으로 답을 생각해 보니 새삼 지금 생각실험실이 잘 되고 있는지 반성해보게 되었다. 금요일은 선생님이 출장을 가셔서, 토요일은 오전에 배탈이 나서 일을 못했는데 생각실험실이 지속가능한 공동체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욱 치열하게 노력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가 아니라 생각실험실에 대해서 계속 묻고,또 생산하실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지에 대해서 많이 질문하셔서 우리말길이 당장 출판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진심을 다 하고, 또 출판의 수익 모델 및 시장상황 등에 대해서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끊임없이 많은 공부를 해서 꼭 우리말길에 담긴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게 하고 싶다. 더 나아가 생각실험실의 이념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20120105
점심을 먹는데 상상화가 재밌는 걸 보면서 밥을 먹자고 하자 클라라가 노무현 대통령 다큐를 보여줬다. 상상화는 정치와 같이 심각하고 짜증나는 걸 보게되자 괴로워서 반발했다. 클라라는 상상화가 현실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상상화는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마음으로 객관적인 팩트들만을 조합하여 시니컬하게 판단해보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노무현 집권 당시에 상상화는 수험생이라 입시 준비만 했었기 때문에 잘 몰랐었지만, 역사적으로 어떤 정치적 이념들이 가치있다고 기록되어 왔는지를 감안했을 때 이 사람은 꽤 놀라운 사람이었다. 클라라가 나중에 노무현주의 책을 쓰고 싶다고 했는데 피드백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사회학도이면서 정작 현실 정치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자신에 대해서 한심함을 느꼈다. 정치적 무관심이 민주정치체제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음에도 세상에 대한 환멸과 사람에 대한 불신이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의도적으로 관심을 끊었다. 이러한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 반성해본 결과 다양한 정보들을 끊임없이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가져야지 잘못된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상상화는 클라라가 어떻게 매체를 선정해서 정보를 수용하는지 그 과정들을 질문한다.
20120104
상상화는 지난 저녁에 보아의 연습생 시절 영상을 보고 열심히 해야지 성취할 수 있는 듯 하다고 클라라에게 이야기했다. 클라라는 인문학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잘 없다고 이야기한다. 상상화는 오전에 우리 말길을 읽고 거침없는 피드백을 해주었고 클라라는 상심한다. 상상화는 클라라가 내용은 좋지만 이 내용을 학습자가 잘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는 법을 잘 모른다고 따졌다. 클라라는 오전에 성찰을 번역하고 가사노동을 했다.
<youtube>3iByfKgoqlk</youtube>
20120103
오전에 클라라는 논문을 읽었고 상상화는 감사카드를 쓰고 우리 말길원고를 검토하였다. 상상화는 수학의 정석이 학교에서 수학시험을 배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변의 베스트셀러 교과서로 남아있는 것처럼 우리 말길또한 논리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생각을 또렷이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부하고 넘어가야할 첫 교과서가 되기를 꿈꿨다. 심리학적으로, 인지과학적으로 학습자가 어떤 정보를 더 잘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어떠한 장치들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우리 말길은 내용은 좋지만 그러한 장치들이 잘 되어 있지 않다고 상상화는 생각한다. 예컨대 학습목표를 적어주고, 단원의 제목을 좀 더 명쾌하게 적어주고, 마지막엔 반드시 알아야할 것을 요약해주고 등등. 그 문제들을 가지고 몇몇 논쟁들이 있었는데 클라라는 문제집 같이 만들기보다는 교양서와 교과서의 어떤 중간 단계를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점심 시간에는 이학사 출판사에 디자인을 하시는 어떤 분이 놀러오셔서 같이 점심을 먹으며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