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의 한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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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드: 온 우주를 비추는 한알

01. 지금 할 이야기는 한알모나드이다. 한알은 안 섞인 밑바탕실체이다. 한알이 ‘안 섞인’ 것이라는 말은 조각을 갖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알은 다른 섞인 것의 조각이 될 수는 있다.

02. 섞인 것들이 있다. 섞인 것은 안 섞인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 섞인 것은 안 섞인 것들의 더미이다. 따라서 만일 섞인 것들이 있다면, 안 섞인 것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섞인 것들은 다만 한알들의 더미일 뿐이다.

03. 조각들을 갖지 않는 것은 퍼져 있을 수 없고, 모양도 가질 수 없고, 쪼개질 수도 없다. 조각을 갖지 않는 한알 들은 자연의 진짜 못나눔알원자들이다. 한알들은 모든 것을 이루는 밑알원소들 이다.

04. 나아가 한알이 흩어져 사라지리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한알이 저절로자연히 없어질 길을 우리는 생각할 수 없다.

05. 똑같은 까닭으로 한알이 저절로 생기게 될 길도 없 다. 왜냐하면 이미 있던 한알들이 함께 합치고 모인다 하 더라도 이렇게 해서는 안 섞인 밑바탕이 새로 만들어지 지 않기 때문이다.

06. 그래서 한알들이 생기고 없어지는 오직 한 가지 길 은 한꺼번에 곧바로 생기거나 없어지는 길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모든 일의 맨 처음에 모든 것이 만들어질 때 한꺼번에 곧바로 생기고, 모든 일의 맨 나중 에 한꺼번에 곧바로 없어질 수 있을 뿐이다. 이와 달리 섞여 있는 것들은 조각들이 모이거나 흩어짐으로써 조 금씩 서서히 생기고 조금씩 서서히 없어질 수 있다.

07. 게다가 한알이 다른 만들어진 것들 때문에 그 속에 서 바뀌거나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알 안에는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움직일 만 한 것들이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고, 그 안에서 꿈쩍거 리고 틀고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움직임도 없기 때문이다 . 이런 움직임은 섞인 것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데, 섞 인 것은 서로 자리를 바꿀 만한 조각들을 갖고 있기 때 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한알 바깥에서 안으로 뭔가 들 어가서 한알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말할지 모르겠다. 이를테면 옛날 스콜라꾼들은 밑바탕의 겉모습이 제 밑 바탕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것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는데, 한알의 겉모습들이 다른 한알 속으로 들어가 그 한알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겉모습들이 밑 바탕에서 떨어져 나와 제 홀로 떠돌아다니는 일은 일어 날 수 없다. 더구나 한알에는 다른 것들이 들락날락할 수 있는 창문이 없다. 그래서 밑바탕도 겉모습도 한알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08. [있는 것들은 어떤 모습속성을 가진 다. 만일 밑바탕이 있는 것이라면 밑바탕을 모습을 가져 야 한다. 모습 가운데는 본모습본질속성 이 있고 겉모습우연속성이 있다. 모습에 는 그 밑바탕이 많이 가질 수도 있고 적게 가질 수도 있 는 것, 크게 가질 수도 있고 작게 가질 수도 있는 것, 진 하게 가질 수 있고 연하게 가질 수 있는 것, 짙게 가질 수 있고 옅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런 모습을 ‘셈모습’ 또는 ‘양’이라고 한다. 셈모습은 거리, 걸린 시간, 무게, 온도, 농도 따위처럼, 재거나 셀 수 있고 그 크기에 따라 숫자셈알를 붙일 수 있다 . 숫자라는 것은 재거나 세는 일을 하기 위해 우리가 만 들어낸 말이다. 하지만 모습 가운데는 많고 적음, 크고 작음, 짙고 옅음을 나타내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빛 깔, 맛깔, 냄새 따위처럼 셀 수 없고 숫자를 붙일 수 없는 모습이 있다. 이런 모습을 ‘못셈모습’ 또는 ‘질’이라 한다. 그런데 한알은 셈모습을 가지지 않는다. 만일 한일이 크 고 작음을 가진다면, 또는 많고 적음을 가진다면 그것은 나눌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알은 못셈모습 도 가지지 않을까?] 한알들은, 비록 조각들을 가지지 않 지만, 저마다 다른 못셈모습을 가져야 한다. 한알들이 저마다 다른 못셈모습을 가져야 하는 까 닭은 둘이 있다. 첫째, 만일 한알이 셈모습뿐만 아니라 못셈모습조차 가지 지 않는다면 그것은 있는 것이 될 수조차 없다. 둘째, 만 일 안 섞인 한알들이 못셈모습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면, 그것들로 이루어진 섞인 것들에서도 서로 다름과 바뀜 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러한지 알아보기 위해, 한알들이 아무런 못셈모습을 가지지 않는다고, 또 는 한알들이 모두 똑같은 못셈모습을 가진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한알들은 셈모습에서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과 섞인 것은 안 섞인 것들에서만 나올 수 있다는 것 을 생각해 보라. 그러면 섞인 것들은 모두 같게 될 것이 고, 이 섞인 것과 저 섞인 것을 가릴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게 될 것이다. [못나눔알꾼처럼, 어떤 이들은 사물들이 모두 똑같은 못셈모습을 가지고 있어도, 빈 터에 사물들 이 많이 모이고 덜 모이는 무늬와 결에 따라 우주 속에 다름과 바뀜이 있을 것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온마당세계이 꽉 차 있어서 빈 곳이 없다 고 생각해 보라.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한 덩어리가 움 직여 빠져나가면 그것과 똑같은 다른 덩어리가 그곳으 로 들어오게 될 뿐이기 때문에, 한 곳의 모습은 다른 곳 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을 테고, 우리는 사물의 한 모 습과 다른 모습의 다름을 가릴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 서 있는 것들 사이에서 다름과 바뀜이 있기 위해서, 한알 들은 [어떤 모습을, 셈모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어떤 못셈모습을 가져야 한다.

09. [한알이 저마다 못셈모습을 가진다는 말은 한알은 다른 한알들과 못셈모습에서 달라야 한다는 말이다. 여 기서 더 나아가] 아무개 한 한알은 나머지 모든 한알들 과 반드시 달라야 한다. 왜냐하면 있는 모든 것들 가운 데서, 모든 모습에서 조금이라도 다르지 않고 아예 똑같 아서, 안쪽에서 조금의 다름도 찾을 수 없는 두 사물은 도무지 없기 때문이다. [한 사물은 빈터에서 다른 사물 들과 놓인 자리들에서 다를 수 있다. 오로지 이런 바깥 의 서로 맺음 때문에 다른 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 무개 두 사물은 안쪽에서 참된 다름을 찾을 수 있는데 둘은 본디 제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다르다.]

10. 으뜸 한알이 만든 모든 것들은 바뀔 수 있음을 나는 받아들인다. [으뜸 한알 또는 하느님이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밑바탕, 그것이 없다고 말하면 말이 되지 않는 밑바 탕을 뜻한다.] 따라서 한알도 만들어진 것이기에 바뀔 수 있다. 나아가 모든 한알은 끊임없이 쉼 없이 바뀐다.

11. 만일 한알이 저절로 바뀌게 된다면, 이것은 속에 있는 힘 때문에 [말하자면 ‘하려는 힘’ 때문에] 바뀌는 것이다 . 왜냐하면 꼭지 07에서 말한 것처럼, 바깥에 있는 힘은 한알의 안쪽에 아무런 힘도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12. 바뀜을 낳는 속힘이 있다면, 이 힘에 따라서 이렇게 저렇게 바뀌어가는 어떤 모습들이 있다는 것 또한 받아 들여야 한다. 이 모습들의 다름 때문에 한 한알은 다른 한알과 같지 않은 제 나름의 한알이 되고, 이로써 여러 한알들은 여러 가지로 서로 갈리게 된다. [그래서 한알 을 바꾸는 속힘은 모든 한알이 똑같이 가지고 있지만, 바뀌어가는 모습들은 한알 하나하나마다 다르다. 저마 다 다른 한알들의 모습들은 촘촘한 어떤 것을 담고 있어 야 한다. 그 모습이 촘촘하지 않다면 그토록 많은 한알 들이 서로 다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그 모습이 촘촘하 지 않다면 한알이 조금씩조금씩 때마다 바뀌어갈 수 없 을 것이다. 한알들의 다름과 바뀜을 받아들인다면 한알 들의 모습이 촘촘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13. 저마다 다른 한알의 촘촘한 모습 속에는, 비록 한알 이 하나이고 섞이지 않지만, 이를 지키면서 여러 많은 겹 들이, 많은 잔주름들이 담겨 있어야 한다. 자연에서 일어 나는 모든 바뀜들이 껑충 뛰지 않고 부드럽게 바뀌려면, 언제나 어떤 것은 바뀌고 어떤 것은 그대로 머물러 있어 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많은 겹들이 있어서 그것 들 가운데 어떤 것은 바뀌고 어떤 것은 그대로 머물러 있 어야, 모든 저절로자연히 바뀜이 끊이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비록 한알은 아 무 조각도 갖지 않지만, 여러 가지 많은 모습들과 여러 가지 많은 맺음들을 갖고 있음이 틀림없다.

14. 하나이자 안 섞인 한알 속에 있는 여러 겹들을 드러 내고 나타내주는 잠깐잠깐의 모습은 다름 아니라 바로 우리가 ‘지각’이라 부르는 것이다. [한알의 한 모습은 한 지각이며, 한 모습에 여러 겹들이 담겨 있듯이 한 지각에 여러 주름이 잡혀 있다. 어떤 주름들은 펼쳐지고 어떤 주 름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나중에 나올 이야기에서 또 렷해지겠지만, 지각은 알아차림 또는 의식과 다르다는 것을 마음에 잘 새겨두어야 한다. 데카르트꾼들은 알아 차리지 못한 지각들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겼는데 바 로 여기서 그들은 매우 잘못된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이 때문에 그들은 [짐승의 넋은 마음보다 덜떨어지긴 하지 만 그래도 한알일 수 있음을 보지 못한 채] 오직 알아차 릴 수 있는 마음들만이 한알이고, 짐승들은 넋을 가지지 않으며, [나중에 말하겠지만 짐승의 넋보다 덜떨어진] 온힘엔텔레케이아 같은 것들은 아예 없 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그들은 길거리에 있는 배우 지 못한 사람들의 생각처럼, 오랫동안 넋 나간 것과 곧이 곧대로 죽은 것이 다른데도 이 둘을 헷갈려 했다. 나아 가 이 생각은 몸에서 아예 동떨어져나간 넋이 있다는 스 콜라꾼의 잘못된 믿음을 갖도록 그들을 이끌었으며, 넋 이 죽어 없어진다는 비뚤어진 생각을 가진 사람들까지 북돋아주었다.

15. 한알이 바뀌도록, 그래서 한알이 한 지각에서 다른 지각으로 나아가도록 제 속힘을 내는 것을 한알의 바람 이라 부를 수 있다. 바람은 제가 나아가고 싶은 지각에 딱 맞게 언제나 다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얼추 비슷한 지각에 다다르고 그렇게 해서 새로운 지각 들로 나아간다.

16. 내가 알아차리는 지각은 제 아무리 하찮은 지각이라 하더라도, 나는 그 지각이 마주하는 것대상들이 그 속에 여러 가지로 담겨 있 어서 알록달록하다는 것을 내 속에서 보게 된다. 나도 하나의 한알인데, 내 속을 봄으로써 나는 한알 속에 여 러 겹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몸소 겪은 셈이다. 그래서 넋은 안 섞인 밑바탕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누 구나 한알 속에 있는 이 여러 겹들을 받아들여야 할 것 이다. 피에르 벨은 그의 <역사비판사전> 올림말 ‘로라리 우스’에서 밑바탕 속의 여러 겹들을 받아들일 때 말썽이 빚어진다고 보았지만, 그는 여기서 아무런 말썽도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다.

17. 더구나 물질 이야기나 움직틀기계 이야기를 빌어서 는, 이를 테면 모양과 움직임 따위의 말을 빌어서는 [달 리 말해, 역학 원리에 의해서는] 지각이 무엇이고 이것이 왜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을 반드시 받 아들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지각과 맺어진 모든 것들도 움직틀을 밝히는 데 쓰이는 말을 빌어서 밝힐 수 없다. 이를 잘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얼개가 잘 짜여 있어서 생 각하고 느끼고 지각하는 움직틀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 다음 얼개와 짜임새를 지키면서 그 움직틀을 크게 키 우고 우리는 작게 줄여서 마치 방앗간에 걸어 들어가듯 이 우리가 그 움직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렇게 해서 우리가 그 속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 가 만나게 되는 것은 서로 당기고 밀치는 지레와 톱니와 바퀴 같은 틀 조각들뿐일 것이다. 우리는 그 속에서 그 움직틀이 어떤 지각을 가지고 있고 왜 그런 지각을 가지 게 되었는지 깨달아 알 만한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각을 밝혀주는 것을 물질이나 움직틀 같이 섞인 것들 속이 아니라 한알처럼 오직 안 섞 인 밑바탕 속에서만 찾아야 한다. 나아가 우리가 안 섞 인 밑바탕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지각과 지각 의 바뀜뿐이다. 안 섞인 밑바탕이 제 속에서 하는 모든 일은 오직 지각하고 지각을 바꾸는 것밖에 없다.

18. 나는 모든 안 섞인 밑바탕 또는 한알에 ‘온힘’ 엔텔레케이아이라는 이름을 붙이고자 한다. 왜 냐하면 밑바탕으로서 모든 한알들은 가야 하는 과녁을 제 속에 품고 있어서 거기까지 끝내 가고야 마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알은 제 안에 모든 것을 넉넉히 갖추고 있어서 저 스스로 힘으로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을 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알은 물질이 아니면서 스 스로 움직이는 것이 된다. [못나눔알꾼들이 말하는 못나 눔알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은 물질이다.]

19. 내가 막 이야기한 대로 말뜻을 넓게 잡아, 지각들과 바람들을 가진 것은 무엇이든지 ‘넋’이라고 부르고자 한 다면, 모든 안 섞인 밑바탕들 또는 한알들을 ‘넋’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하지만 오직 지각과 바람만을 가진 안 섞인 밑바탕들에 맞는 이름은 그냥 ‘한알’ 또는 ‘온힘’이 라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느낌은 그냥 지각보다 더 많 은 것을 담고 있는 것이기에, 느낌까지 가진 밑바탕들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느낀다는 것은 보다 뚜렷한 지각을 가지고 그 지각을 외우고 지나간 지각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뚜렷한 지각을 가지고 그 지각을 외우고 떠올리기까지 하는 밑바탕들을 따로 ‘ 넋’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하지만 제 지각을 떠올리지도 못하고 다만 헷갈리는 지각만을 가진, 그래 서 못 느끼는 한알을 나중에 ‘맨 한알’이라 부를 것이다.]

20. 우리가 얼빠졌을 때 또는 우리가 꿈도 꾸지 않은 채 아주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우리는 그 사이 일어난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아무런 뚜렷한 지각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몸소 겪기도 한다. 이런 때는 우리 넋 과 맨 한알을 뚜렷이 갈라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이 모습은 오래 가지 않는데, 우리가 다시 넋을 차리게 되면, 그 넋은 맨 한알과는 다른 무엇이 된 다.

21. 그렇다고 안 섞인 밑바탕들이 아무런 지각도 갖지 않 는다는 것이 따라 나오지 않는다. 밑바탕들이 아무런 지 각도 갖지 않는 일은 일어날 수조차 없는 까닭 세 가지 를 앞에서 말했다. 첫째, 밑바탕은 없어질 수 없다. 둘째, 밑바탕이 참으로 있는 것이기 위해서는 아무 모습이라 도 줄곧 가져야 한다. 셋째, 밑바탕이 아무 모습이라도 가져야 한다면 그 모습은 지각 말고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똑같은 쪽으로 쉬지 않고 여러 번 빙빙 돌면 우리는 어지러워 넋을 잃게 되는데, 이 때 모든 것 이 흐리멍덩해질 것이다. 이처럼 비록 작은 지각들을 아 주 많이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 뚜렷한 지각들이 전혀 없을 때, 우리는 멍하게 넋을 잃은 모습이 된다. [넋 을 잃어 우리 지각을 알아채지 못할 때에 우리가 아무런 지각도 갖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 바로 여 기에 있다. 그리고 우리가 넋을 잃을 때 이것이 죽은 것 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죽 음이라는 것은 짐승들이 아주 오랫동안 이런 모습에 빠 지는 것이다.

22. 그리고 안 섞인 밑바탕의 지금 모습들은 바로 앞선 모습에서 저절로자연히 나온 것이고, 지 금 모습은 나중 모습을 품고 있다.

23. 우리가 넋 나간 모습에서 넋을 차리게 되자마자 우 리는 우리 지각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로부터 우리가 지 각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조차도 우리는 언제나 지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또렷하게 따라 나온다. 마치 한 움 직임이 오직 다른 움직임에서만 저절로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한 지각은 오직 다른 지각에서만 저절로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넋을 차려 지각을 알아챘을 때 바로 그 지각은 앞선 지각에서 나와야 한다. 만일 넋을 차리기 전 에 지각이 전혀 없었다면 넋을 차린 뒤에도 지각도 전혀 없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넋을 잃었을 때조차도 지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만 그 때는 그 지각을 알아 채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24. 이로부터 우리는 다음을 알 수 있다. 만일 우리 지각 들 가운데 뚜렷하고 두드러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그 래서 많은 지각들 가운데 아무 것도 돋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끝없이 오랫동안 넋 나간 모습으로 내내 머물 것 이다. 이것은 아예 맨 한알의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사 람들이 흔히 말하는 죽음이다.]

25. 자연은 짐승들에게 두드러지고 돋보이는 지각을 주 었다. 이것은 자연이 짐승들을 돌보고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자연이 짐승을 돌본다는 말은 자연이 짐승에 게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해준다는 말이다.] 자연은 짐승 에게 여러 가지 느끼는 틀감각기관을 주 었는데 이 느낌 틀들은 아주 많은 빛살들, 공기의 떨림들 을 모으는 일을 한다. 느낌 틀이 빛살들과 굽이침들을 모아 묶어줌으로써 짐승은 이런 것들이 자신에게 미치는 힘을 더 잘 받게 된다. [느낌 틀에 미치는 힘들이 잘 모 여 합쳐지게 되면 넋에서 매우 돋보이는 지각이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일은 보거나 듣는 느낌뿐만 아니라 맡 는 느낌, 맛보는 느낌, 만지는 느낌, 나아가 어쩌면 우리 가 알지 못하는 매우 많은 다른 느낌들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난다. 내 생각에, 넋에서 벌어진 것은 몸의 느낌 틀 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시 나타낸다. [한 한알 ㄱ이 다른 것 ㄴ을 ‘나타낸다’는 것은 한알 ㄱ이 ㄴ을 ‘지각한다’는 말이다. 한알 ㄱ이 ㄴ을 지각할 때 ㄴ은 한알 ㄱ 안에 나 타나게 된다.] 나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짤막 하게 풀어내려고 한다.

26. 넋은 떠올림에 힘입어 ‘하나에서 다른 것을 잇따르 게 하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잇따르게 하기’는 헤아림이성을 흉내 낸 것이지만 헤아림과 는 다른 것이다. 짐승이 뭔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예전에 가졌던 어떤 지각을 외우고 있었다면, 그래서 지금 생긴 지각과 비슷한 지각을 떠올리게 된다면, 이 떠올림 속에 예전의 지각이 다시 나타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짐승은 그 다음에 잇따라 벌어질 예전 일들과 비슷한 것을 이제 미리 생각하게 되고, 예전에 가졌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이제 다시 가지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개에게 몽둥 이를 보여줄 때, 개는 그 몽둥이가 예전에 자기를 어떻게 아프게 했는지를 떠올리고 낑낑거리며 달아난다.

27. 짐승은 사물을 마음속으로 그리는 힘을 갖고 있는데 , 이 힘은 짐승을 찔러 느끼게 하고 움직이게 할 만큼 세 다. 이 힘이 이만큼 센 까닭은 앞선 지각의 세기 때문일 수 있고 앞선 지각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때때로 많은 여린 지각들이 되풀이됨으로써, 즉 오랜 습 관으로 얻을 수 있는 세기가 하나의 센 찌름인상 만으로 한꺼번에 얻어지기도 한다.

28. 지각에서 다른 지각으로 잇따르게 하는 것이 다만 떠올림의 길에 따라서만 일어나는 만큼, 사람은 짐승과 똑같은 일을 한다. 이는 마치 일의 까닭을 알지 못한 채 한낱 솜씨만 가진 돌팔이 의사와 같다. 우리는 열의 예 닐곱은 한갓 돌팔이처럼 일한다. 이를 테면 우리는 이제 까지 늘 그래 왔기 때문에 내일도 날이 밝을 것이라고 미리 생각하는데, 이 때 우리는 돌팔이처럼 생각하는 것 이다. 오직 천문학자만이 헤아림에 바탕을 두고 내일도 날이 밝을 것이라고 믿는다.

29. 우리는 반드시 참말과 언제나 참말을 알고 있기 때 문에 우리는 한갓 짐승과 다르다. [한 지각에서 다른 지 각을 반드시 따라 나오게 하는 것은 한 지각에서 다른 지각을 어쩌다 잇따르게 하는 것과 다르다. 우리가 ‘반드 시 따라 나오게 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헤아 림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반드시 따라 나옴 은 헤아림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승들 이 가진 ‘잇따르게 하기’는 다만 떠올림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반드시 참인 것을 앎으로써 우리 는 헤아림과 다른 참앎과학을 갖게 되고, 나아가 우리 자신과 으뜸 한알을 알 만큼 자라나게 된다 . 우리 안에 자라난 이것을 ‘헤아리는 넋’ 또는 ‘마음’이 라 부른다.

30. 반드시 참인 것들을 앎으로써, 이런 참말들을 그렇 지 않은 다른 것들로부터 추려냄으로써, 우리는 우리 모 습을 들여다볼 만큼 자라나게 된다. 들여다봄은 우리가 저마다 ‘나’라고 부르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고, 이런 저 런 것들이 우리 속에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나 스스로를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있음에 대해, 밑바탕에 대해, 섞인 것과 안 섞인 것에 대해, 물질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나아가 우리 안에 끝이 있지만 그에게는 끝이 없는 것을 생각함으로써 [그런 낱말뜻을 품음으로써] 우리는 으뜸 한알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들여다봄을 통해 헤아림의 으뜸 대상들을 얻게 된 다.

31. 우리의 헤아림들은 두 개의 크나큰 으뜸말원 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나는 어긋난말의 으 뜸말모순율이다. 우리는 이 으뜸말에 힘 입어, 어긋난말모순명제을 품고 있는 모 든 말은 거짓이고, 거짓말에 어긋나는 말 또는 거짓말을 아니다 하는 말은 모두 참말이라고 못 박는다. [여기서 ‘ 어긋난말’이란 이 말로부터 이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이 끌어낼 수 있는 말을 가리킨다. 또는 이 말로부터 아무 개 말이 참이라는 것과 그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한꺼번 에 이끌어낼 수 있는 말이다. 이를 테면 ‘눈은 희지만 눈 은 희지 않다’를 생각해 보자. 이 말로부터 우리는 ‘눈은 희다’를 이끌어낼 수 있고 또한 ‘눈은 희지 않다’를 이끌 어낼 수 있다. 우리는 ‘눈은 희지만 눈은 희지 않다’로부 터 ‘눈은 희다’가 참이라는 것과 거짓이라는 것을 한꺼번 에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눈은 희지만 눈은 희지 않 다’는 어긋난말이다.]

32. 다른 하나는 넉넉한 까닭의 으뜸말충족이유 율이다. 우리는 이 으뜸말에 힘입어, 비록 흔히 들 그 까닭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는다 하더 라도, 어떤 일이 왜 그렇게 되어야 하고 왜 달리 되지 않 은지 넉넉한 까닭이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아무 말도 참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33. 참말들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헤아림의 참말 이고 다른 하나는 있는일사실의 참말이 다. 헤아림의 참말은 반드시 참이고, 이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있는일의 참말은 어쩌다 참이고, 이에 어긋나는 일은 일어날 수도 있다. 어떤 참말이 반드 시 참일 때, 우리는 쪼개기분석를 통해, 다시 말해 바닥에 이를 때까지 그 말을 안 섞인 마음그 림관념들과 말들로 풀어헤침으로써, 그 말이 참인 까닭을 찾아낼 수 있다.

34. 이것은 수학자들이 하는 일과 같은데 그들은 수학 에서 찾아진 따름말정리들과 수학을 하 는 데 지켜야 할 지킴말규범들을 쪼개어 뜻매김말정의들과 바탕말공리들과 부름말공준들로 조각낸다.

35. [수학의 참말들을 쪼갤 때는 언젠가 끝이 있다.] 우 리는 마침내 더는 뜻매김할 수 없는 안 섞인 마음그림들 에 이르게 될 것이고, 또한 참이라는 것을 이끌어 보일 수도 없고 이끌어 보이지 않아도 되는 바탕말들과 부름 말들, 달리 말해 바탕 으뜸말들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 으뜸말들은 반드시 참말인데 이것이 거짓이라고 말하면 이 말은 뻔한 어긋난말을 품게 된다.

36. [이처럼 헤아림의 참말은 말을 쪼갬으로써 그것이 참말이 될 만한 넉넉한 까닭을 찾을 수 있다.] 있는일의 참말 또는 어쩌다 참말도 그것이 참말이 될 만한 넉넉한 까닭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만들어진 우주 온알에 넓게 펼쳐져 있는 앞뒤로 잇따라 있는 일들에도 그렇게 일어날 만한 넉넉한 까닭이 있을 것이다. 자연난것에는 서로 다른 것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기 때문에, 또한 물체는 끝없이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어쩌다 일어난 일의 넉넉한 까닭은 하나하 나 끝없이 자잘하게 풀어헤쳐질 수 있다. 나는 지금 여기 에 글을 쓰고 있다. 내가 글을 쓰도록 힘을 미치는 탓작용원인으로서 끝없이 많은 모양과 움직임, 지난 일과 이제 일들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 리고 글 쓰는 일을 끝내게 하는 탓목적원인으로서 지난 일이든 이제 일이 든, 내 넋 속에 있는, 끝없이 많은 아주 작은 쏠림과 기움 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탓들이 지금 내가 여기 에 글 쓰는 일의 까닭이 된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 일이 일어난 넉넉한 까닭은 될 수 없다.]

37. 이 모든 자잘한 탓들은 앞서 일어났고 더 자잘한 다 른 일들, 하지만 어쩌다 일어난 일들을 또다시 불러들이 기 때문에, 그리고 앞서 있고 더 자잘한 다른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그 까닭을 찾으려면 또다시 비슷 하게 쪼개기를 줄곧 해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는 어 쩌다 일어난 일의 넉넉한 까닭을 찾는 일은 결코 마무리 될 수 없다. 어쩌다 일어난 일들은 끝없이 자잘해지고 끝 없이 잇따라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들의 넉넉한 까 닭 또는 마지막 까닭이 이런 자잘한 일들의 끝없는 잇따 름 안에 있지는 않다. [어쩌다 일어난 그 자잘한 일들이 다른 어쩌다 일어난 일들의 넉넉한 까닭이 될 수는 없다.] 넉넉한 까닭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그런 잇따 름 너머에 놓여 있어야 할 것이다.

38. 바로 이 때문에 일의 마지막 까닭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밑바탕 속에 있어야 한다. 어쩌다 일어나는 그 모 든 자잘한 바뀜들은, 마치 샘에서 물이 나오듯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밑바탕으로부터 솟아 나와야 한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밑바탕 속에 그런 바뀜들이 들어 있지는 않 지만, 그 밑바탕은 다른 것들에게 바뀜이 생기도록 만들 힘을 가지고 있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 밑바탕은 우 리가 ‘하느님’이라 부르는 것과 같다.

39.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밑바탕, 다시 말해 으뜸 한알은 온통 서로 얽힌 모든 자잘한 일들이 그렇게 일어나야만 하는 넉넉한 까닭이 되기 때문에, 오직 하나의 으뜸 한 알만 있으며, 이 으뜸 한알로 넉넉하다. [또 다른 으뜸 한알이 있어야 할 넉넉한 까닭이 없다. 하나의 으뜸 한 알만으로도 넉넉하다.]

40. 이 으뜸 밑바탕은 이로부터 따로 떨어져 있어서 그 의 바깥에 아무 것도 두지 않는다는 뜻에서 이것은 하나 밖에 없고 [모든 곳에 그의 힘이 미치고 있어서] 모든 것 들과 더불어 모든 곳에 있다. 이 으뜸 밑바탕은, 다른 까 닭의 도움을 빌리지 않아도, 이것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 라는 까닭에서 곧장 그것이 있다는 것이 그냥 따라 나온 다는 뜻에서, 이것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나밖에 없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 으뜸 밑바탕은 끝 이 없어서 그에 대해 아무런 금도 그을 수 없고, 그에게 는 될 수 있는 만큼 많은 있음직함실재성 이 가득 차게 담겨 있어야 한다. [만일 이 으뜸 밑바탕에 게 가득 차 있지 않고 덜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그에게 금을 그어주는 어떤 것이 될 것이다.]

41. 이로부터 으뜸 한알은 다른 것과 견줄 수 없는 차오 름완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따라 나온 다. 어떤 것의 차오름이란 그가 갖고 있는 있음직함들을 모두 모은 것인데, 끝이나 금은 그것의 차오름에 들어가 지 않는다. [여기서 ‘있음직함’이란 ‘어긋난말을 불러들 이지 않은 채 생각할 수 있음’을 뜻한다. 그리고 차오름 을 이루는 있음직함들은 더해질 수 있는 있음직함을 말 한다. 이를 테면 ‘나쁜 것’은 어떤 ‘나쁨’이 더해진 것이 아니라 ‘좋음’이 빠진 것이다. 이런 뜻에서 ‘좋음’은 더해 질 수 있는 있음직함이지만, ‘나쁨’은 더해질 수 있는 있 음직함이 아니다. 모든 한알들은 제 나름의 차오름을 가 지고 있다. 어떤 차오름은 다른 차오름보다 더 많은 있 음직함들을 담고 있고, 또는 이들 있음직함들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 으뜸 한알은 다른 만들어진 한알들보다 있 음직함들을 더 많이 더 크게 가지고 있다. 으뜸 한알은 어긋난말을 불러들이지 않은 채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 들을 끝없이 많이 끝없이 크게 가지고 있다. 으뜸 한알 은 다른 아무 것과도 견줄 수 없다.] 따라서 끝이 없어 금을 그을 수 없는 것이 가진 차오름은, 이를 테면 으뜸 한알의 차오름은 견줄 만한 다른 것이 없을 만큼 끝이 없다.

42. 만들어진 것들이 가진 차오름은 으뜸 한알의 힘으로 부터 온다는 것이 또한 따라 나온다. 하지만 만들어진 것은 넘지 못하는 금이 있도록 타고나야만 하는데, 이것 들이 가진 못차오름불완전성은 제가 가 진 타고난 모습으로부터 온다. 만들어진 것들의 이런 모 습 때문에 그것들은 으뜸 한알과 갈린다. 만들어진 것들 이 가진 이러한 본디 못차오름을 겉으로 드러낸 것이 바 로 제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물체들의 모습이다. [ 제 스스로 하려 하지 않고 다른 것 때문에 하게 되는 것, 다른 것으로부터 겪게 되는 못차오름의 모습이다. 오직 으뜸 한알만이 다른 것들로부터 겪지 않고 제 스스로 모 든 것을 하려 하기 때문에 으뜸 한알은 다른 것들과 견 줄 수 없는 차오름을 가지고 있다. 으뜸 한알은 모든 것 을 스스로 차오를 수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한알들은 다른 것으로부터 겪고, 다른 것 때문에 하게 되는데 이런 게으른 모습이 만들어진 한알들의 못차오름이다. 만들 어진 한알들은 모든 것을 스스로 차오를 수 없다. 만들 어진 한알들 속에는 다른 것에게 겪는 모습도 담겨 있다 .]

43. 언제나 참말들이 놓여 있는 자리는, 또는 그런 참말 들을 만들어내는 마음그림들이 놓여 있는 자리는 으뜸 한알의 깨달음지성 속이다. [어긋난말을 불러들이는 것은 언제나 거짓말이다. 언제나 거짓말을 아니다한 말은 언제나 참말이 된다. 어긋난말을 품고 있 지 않은 모든 것은 ‘그럴듯함’을 가지고 있다. 한낱 그럴 듯한 것들은 마음그림 속에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모든 그럴듯한 것들은 모든 것을 아는, 모든 참말을 아 는 으뜸 한알의 마음 속에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해 으뜸 한알은 모든 그럴듯한 것들을 마음에 품고 있다. ‘어긋 난말을 불러들이지 않은 채 생각할 수 있음’을 ‘있음직함 ’이라 하는데 으뜸 한알이 그럴듯한 것들을 마음에 두고 곰곰이 생각할 때 그것에 있음직함이 생기게 된다. 으뜸 한알이 이것을 만들기로 마음먹게 되면 있음직함이 커져 그것은 마침내 으뜸 한알의 마음 바깥에 나와 참으로 있 게 된다. 이리하여 으뜸 한알이 품은 뜻은 끝내 여기에 참으로 있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한낱 그럴듯한 것 이 있음직함을 얻게 되는 것은 으뜸 한알의 마음이고 그 의 뜻에 따라 그것은 여기에 바깥에 있게 된다.] 그래서 으뜸 한알 없이는 그럴듯한 것들에 있음직함이 들어있 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 으뜸 한알 없이는 아무 것도 그럴듯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으뜸 한알은 그럴듯 한 것들이 지닌 있음직함의 샘이다. 으뜸 한알 없이는 아 무 것도 저기 바깥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 에 으뜸 한알은 바깥에 있는 것들의 샘이다. 이뿐만 아 니라, 바깥에 있는 것들이 있음직한 한, [그것들의 본모 습이 아무런 어긋난 말을 품지 않도록, 그래서 그것들이 있음직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으뜸 한알은 그 본모습 본질들의 샘이기도 하다.

44. 본모습들 또는 그럴듯함들에게 어떤 있음직함이 있 다면, 나아가 언제나 참말인 것들에게 있음직함이 있다 면, 이런 있음직함은 저기 바깥에 있는 어떤 것, 여기에 있는 어떤 것 속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있 음직함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의 바깥에 있음에 뿌리 를 두어야 한다.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란 본모습 안 에 바깥에 있음을 담고 있는 것, 다시 말해 그럴듯함이 여기 있음을 넉넉히 말해주는 어떤 것이다. [으뜸 한알, 다시 말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밑바탕이 여기 바깥에 없 다면, 그럴듯한 것들이 자리할 곳도 없었을 것이다. 또한 반드시 참말도, 언제나 참말도 없었을 것이다. 반드시 있 어야 하는 밑바탕이 여기 바깥에 있다는 것에 다른 모든 바깥에 있음, 다른 모든 있음직함, 다른 모든 그럴듯함 이 뿌리를 두고 있다.]

45. 만일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아마도 있을 수도 있 는 것이라면, 그것은 참으로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오직 으뜸 한알만이, 오직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만이 이 런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것을 이런 자리를 얻지 못한다. [그렇다면 으뜸 한알은 있을 수도 있는 것일까?] 끝을 가지지 않는 것은 자신에 관한 참말에 대해 아니라고 할 만한 것을 제 안에 품지 않는다. 아니라고 할 만한 것을 제 안에 품지 않는 것은 어긋난말을 제 안에 담고 있지 않다. 어긋난말을 제 안에 담고 있지 않는 것은 있을 수 도 있음 또는 그럴듯함을 갖고 있다. 따라서 끝이 없는 것, 다시 말해 으뜸 한알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 한 으뜸 한알의 그럴듯함을 막을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이것이 스스로 말해주듯이, 으뜸 한알은 저 기 바깥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 [으뜸 한알이 그럴듯한 것이고, 그것이 있지 못하도록 막는 까닭이 아무 것도 없 다면, 으뜸 한알이 자기 본모습대로 끝까지 또는 끝없이 가득 차오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그의 있음직함이 끝까지 또는 끝없이 가득 차게 될 때 그의 그럴듯함은 저기 바깥에 있음까지 스스로 자라나게 된다.] 이로써 우리는 무엇인가를 겪지 않고도선험적으로 [말의 뜻을 따라서 생 각해보기만 해도] 으뜸 한알이 저기 바깥에 있다는 것을 넉넉히 알 수 있다. 벌써 꼭지 43에서 우리는 겪음을 따 르지 않고도, 언제나 참말이 있음직하다는 것으로부터, [언제나 참말이 있음직하려면 그것은 으뜸 한알의 깨달 음 안에, 그의 마음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으뜸 한알 이 저기 바깥에 있다는 것을 이끌어 보일 수 있었다. 하 지만 이제 말한 것에서 우리는 [말의 뜻을 넘어서서] 겪 음을 빌려후험적으로 으뜸 한알이 바깥 에 있다는 것을 이끌어 보이고 있다. 우리는 어쩌나 일어 나는 것들이 저기 바깥에 참으로 있다는 것을 겪고 있다 . 이런 일들의 마지막 까닭 또는 넉넉한 까닭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에서만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자신이 저기 바깥에 있는 까닭을 제 안에 품고 있다. [만일 우리가 어 쩌다 일어나는 것들이 저기 바깥에 참으로 있다는 것을 겪고 있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저기 바깥에 참으 로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으뜸 한알이 바깥에 있 다는 것을 밝혀 보이기 위해 겪음을 빌리고 있다.]

46. 하지만 언제나 참말들이 으뜸 한알에게 달려 있다는 까닭으로 그 참말들이 아무렇게나 될 수 있다고, 다시 말해 으뜸 한알의 뜻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 다. 몇몇 사람들은 언제나 참말이 으뜸 한알의 뜻에 달 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데카르트도, 나중에 푸와레도, 이 렇게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 어쩌다 참말들은 으뜸 한알 의 뜻에 달려 있지만, 언제나 참말들은 으뜸 한알의 뜻 에 달려 있지 않다. 어쩌다 참말들이 따라야 하는 으뜸 말은 알맞음의 으뜸말, 다시 말해 가장 좋은 것을 고르 라는 말이다. [으뜸 한알은 그의 착한 뜻에 따라 그럴듯 한 것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을 고르고 그것을 여기 있도록 만든다. 이 때문에 어쩌다 일어나는 것들 또는 어 쩌다 참말이 된 것들은 으뜸 한알의 뜻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참말은 으뜸 한알의 뜻이 아 니라 오직 그의 깨달음에만 달려 있다. 반드시 참말들은 으뜸 한알이 자기 깨달음 안에서 마주 보는 것으로서 그 의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참말들은 으뜸 한 알에 달려 있다. 으뜸 한알은 그의 깨달음으로 반드시 참말들 알아차리고, 그의 뜻에 따라 가장 좋은 것을 골 라 어쩌다 참말들을 여기 있게 만든다. 으뜸 한알은 어 쩌다 참말들을 만들어내지만 반드시 참말들은 찾아낸다 .]

47. 오직 으뜸 한알만이 으뜸으로 하나인 것 또는 [모든 것이 그로부터 나오는] 맨 처음 안 섞인 밑바탕이다. 그 에게서 다른 모든 만들어진 한알 또는 딸린 한알들이 나 온다. 그림을 그리자면, 만들어진 한알들은 으뜸 한알이 소리 없이 때마다 끊임없는 쏟아내는 꺼지지 않는 비춤 으로부터 생긴다. [으뜸 한알은 모든 한알들의 있음을 지켜낸다. 하지만 이 말은 그가 때마다 끼어들어 한알들 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바꾸거나 한알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생각을 쉬는 일이 없으므로 비춤도 멈추지 않고 그래서 한알들이 없어지는 일도 없다. 다만 딸린 한알은 으뜸 한알에게 받은 비춤으로 빛나기 때문 에 이 빛남은 끝을 가지고 있다. 딸린 한알은 빛을 받아 들이는 모습으로 언제나 머물러 있고 그것을 넘어서 스 스로 빛날 수 없다.] 딸린 한알들은 만들어진 것이기에 본디 끝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들이 가진 받아들임 을 벗어날 수 없다. [딸린 한알들의 이런 못차오름은 으 뜸 한알이 못차오르게 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기보다 오히려 못차오름이 딸린 한알들의 본모습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으뜸 한알은 딸린 한알들이 제나름의 차오 름을 넉넉하게 가지도록 했다.]

48. 으뜸 한알은 제 안에 모든 것을 낼 만한 힘을, 있는 것들에 대한 모든 자잘한 마음그림들을 품고 있는 앎을, 가장 좋은 것을 하라는 으뜸말에 따라, 있는 것들과 그 바뀜들을 만들어낼 만한 뜻을 가지고 있다. 만들어진 한 알들은 제마다 으뜸 한알의 힘, 앎, 뜻에 하나하나 어울 리는 나임주체성, 지각, 바람을 가지고 있 다. 으뜸 한알이 가진 이런 것들은 다른 견줄 만한 것 없 이 끝이 없고, 끝없이 차오른다. [나임이 끝없이 차오를 때 으뜸 한알의 힘에, 지각의 뚜렷함이 끝없이 차오를 때 으뜸 한알의 앎에, 바람을 이루는 힘이 끝없이 차오를 때 으뜸 한알의 뜻에 이르게 된다. 이 세 개의 차오름은 모든 온힘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들어진 한알들 또는 온힘들은 다만 으뜸 한알의 힘 앎 뜻을 본 딴 것들이며 한알들마다 제 나름의 끝을 가진 채 좀 더 또는 좀 덜 차오를 뿐이다. 헤르몰라우스 바르바루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엔텔레케이아’를 ‘차오름을 가진 것’ 이라고 뜻풀이했다.

49. [모든 한알들은 서로 잘 맞추어져 있다. 만일 어떤 한 한알이 다른 한알보다 더 많은 차오름을 가지고 있다 면, 더 많이 차오른 한알을 가운데 두고 덜 차오른 한알 이 맞추어져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덜 차오른 한알이 왜 그러한 모습을 띠는지를 말해주는 까닭은 더 차오른 한알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사람들 은 더 차오른 한알이 덜 차오른 한알로 하여금 무엇인가 를 ‘하게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 만들어진 것이 차 오를 때는 다른 만들어진 것으로 하여금 ‘하게 한다’고 말하고, 그것이 못차오를 때는 다른 만들어진 것에 의해 ‘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알은 우주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에, 한알이 가진 지각이 뚜렷하면 할수록 그 한알은 다른 한알들의 모습이 어떠한지, 그 모습이 어떻게 바뀌 는지를 더 뚜렷하게 나타낼 것이다. 이 때문에 뚜렷한 지 각을 가질수록 더 차오른 한알이고, 헷갈리는 지각을 가 질수록 덜 차오른 한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알이 뚜렷한 지각을 가질 때는 ‘하게 함’ 능동성을 지닌다고 말하고, 한알이 헷갈 리는 지각을 가질 때는 ‘하게 됨’수동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50. [뚜렷한 지각을 가진 한알은 헷갈리는 지각을 가진 한알이 왜 그러한 지각을 가지는지 풀어 밝힐 수 있지만, 헷갈리는 한알은 뚜렷한 한알이 왜 그런 지각을 가지는 지 풀어 밝힐 수 없다. 이처럼] 한 만들어진 것 안에서 일 어나는 일을 통해서, 다른 만들어진 것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겪지 않고서도, 풀어 밝힐 수 있다면, 이를 두고 앞 에 것은 뒤에 것보다 더 차오른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를 두고 앞에 것은 뒤에 것으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 하게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한 한알이 다른 한알이 품고 있는 어지러운 정보를 밝혀 보여줄 수 있는 보다 뚜렷한 정보를 품고 있다면, 앞 한알은 뒤 한알보다 더 차오른 한알이며 ‘하게 하는’ 한알이지만, 뒤 한알은 앞 한알보다 덜 차오른 한알이며 ‘하게 되는’ 한알이다. 한 한알이 다른 한알을 ‘하게 하고’, 한 한알이 다른 한알 때문에 ‘하게 되는’ 이러한 모든 맺음들은 한알들의 본모 습에 따라, 그것들의 차오름에 따라 모든 한알들을 서로 어울리게 하는 으뜸 한알의 헤아림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무 까닭 없이 마구잡이로 생긴 일은 없으며, 모든 일들 은 그럴만한 넉넉한 까닭을 가지고 있다. 한 한알이 다 른 한알보다 더 많은 본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한 한알 을 가운데 놓고 다른 한알들을 거기에 맞추어야 할 까닭 이 더 많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 까닭이 많을수록 그 한 알은 더 많은 ‘하게 함’을 지닌 한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어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한알은 ‘하게 하고’ 어떤 한알은 ‘하게 되는’ 셈이다.]

51. [한 한알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 한알의 모습을 풀어 밝힐 수 있는가?] 모든 만들어진 한알은 다른 한알의 안 쪽 모습을 바꾸도록 어떤 물리적 힘을 미칠 수 없다. 한 한알이 다른 한알과 서로 맺어질 수 있는 하나밖에 없는 길은 으뜸 한알이 가운데 끼어드는 길이다. 그래서 한 한 알이 다른 한알에 미치는 힘은 오직 마음그림에 나타난 힘뿐이다. 으뜸 한알의 마음그림 속에서 어떤 한 한알은, 처음에 으뜸 한알이 모든 것을 차릴 때, 자신을 가운데 놓고 다른 한알을 맞추도록 으뜸 한알을 다그칠 만한 좋은 까닭을 가질 텐데, 이 좋은 까닭은 으뜸 한알의 헤 아림을 거쳐 다른 한알의 바뀜을 낳을 수 있다. 이것이 한 한알이 다른 한알에게 미치는 마음그림의 힘이다.

52. [한 만들어진 한알은 다른 만들어진 한알을 하게 하 는데 뒤 한알은 앞 한알 때문에 하게 된다. 어떤 때는 뒤 한알이 앞 한알 때문에 하게 되지만 또한 앞 한알을 하 게 한다.]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 가운데서 하게 함과 하게 됨은 서로 주고받는다. [만일 한알 ㄱ이 한알 ㄴ을 하게 한다면 한알 ㄴ은 한알 ㄱ 때문에 하게 된다. 이렇 게 하여 하게 함과 하게 됨은 똑같은 크기로 주고받는다 . ‘하게 함’을 ‘작용’이라 한다면 ‘하게 됨’은 ‘반작용’이라 할 수 있는데, 작용과 반작용은 똑같은 크기로 서로 주 고받는다.] 으뜸 한알은 [맨 처음에 모든 것들을 차려놓 을 때] 두 안 섞인 밑바탕을, 그러니까 두 한알을 견주어 , 이들이 있어야 할 까닭들을 들여다보고 이를 헤아려 한 한알을 다른 한알에 끼워맞추도록 스스로를 다그친 다. 그래서 어떤 쪽에서 살펴보면 한 한알은 다른 한알 을 하게 하지만 다른 쪽에서 살펴보면 그것은 다른 한알 때문에 하게 된다. 한 한알 속에 도드라지게 알려진 것이 다른 것 속에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의 까닭을 알려주 는 만큼 그 한알은 다른 것으로 하여금 하게 한다. 제 속 에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의 까닭이 다른 것 속에 도 드라지게 알려진 것에서 찾아지는 만큼 그 한알은 다른 것 때문에 하게 된다.

53. 으뜸 한알의 마음그림 속에는 있을 수 있는, 끝없이 많은 우주온알들이 들어 있다. [여기서 ‘ 있을 수 있음’이란 어긋나는 말모순이 생 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있을 수 있는 것들이 놓인 곳은 으뜸 한알의 마음인데, 그곳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것들 이 마음그림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우주들은 서로 맞지 않을 수 있다. 한 우주에서 정조는 화성으로 천도 하지 못하지만 다른 우주에서 그는 끝내 천도하게 된다. 이런 있을듯한 일들 가운데서 하나가 바깥에서 참으로 일어나게 하려면 이에 마땅한 넉넉한 까닭이 있어야 한 다.] 끝없이 많은 우주들 가운데 오직 하나만 으뜸 한알 의 마음 바깥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으뜸 한알이 우주 들 가운데서 하나를 고르도록 마음먹게 하는 넉넉한 까 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54. 어쩌다 있을 수 있는 것이 여기에 있게 되는 넉넉한 까닭은 오직 그러한 우주들이 품고 있는 차오름의 높낮 이 또는 어울림적합성에서만 찾아질 수 있다. 있을 수 있는 우주들 하나하나는 그들이 제 속에 접고 있는 차오름의 크기만큼 으뜸 한알의 마음 바깥에 있게 해달라고 조를 만한 마땅한 힘권리 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깡그리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 은 아무 것도 없다.

55. 으뜸 한알은 슬기로워 가장 좋은 우주를 알아볼 수 있고, 그는 착해서 그 우주를 고를 수 있고, 그는 힘이 세 어 그 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탓으로 가장 좋은 우주가 바깥에 있게 되었다. [우주는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을 만든 이가 으뜸 한알이라면, 그 우주는 가장 좋 은 우주여야 한다. 우리 우주보다 더 좋은 우주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래서 그런 우주는 여기 바깥 에 있지 않고, 여기 바깥에 있는 우주는 그것보다 못한 우주라고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으뜸 한알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해서 우리 우주보다 더 좋은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거나, 그런 우주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못되어서 그런 우주를 고르지 않았거나, 그런 우주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골라서 여기 바깥에 있게 하고 싶었지만 힘이 약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것은 으뜸 한알이 전혀 으 뜸 한알이 아니라는 것이다. 으뜸 한알이 모든 것을 만 들었고 그가 모든 것을 알고 끝없이 착하고 끝없이 힘이 세다면, 그가 덜 좋은 것을 만드는 것은 그의 본모습을 어기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 우주가 가장 좋은 우주보다 덜 좋은 우주라면, 으뜸 한알이 우리 우주를 만들지 않 았다는 것을, 나아가 으뜸 한알이 있지도 않은 것이라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 우주가 있을 수 있는 우주들 가운데 가장 좋은 우주라는 말은 우리 우주에 아무런 나 쁜 일도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쁜 것이 가장 적은 우주라는 말일 뿐이다. 우리 우주에 나쁜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이것은 우리 우주가 가장 좋은 우주가 아니기 때 문에 생긴 일이 아니다. 우리 우주가 가장 좋은 우주임 에도 불구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다만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다. 달리 말해 우리 우주가 가장 좋은 우 주가 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생겨야만 하는 일일 뿐이 다. 그 일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그 일이 일어나 지 않는 다른 우주를 만들 수 있어서 그것을 만들어낸다 면, 그 새 우주에는 더 나쁜 일이 또는 더 많은 나쁜 일 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56. 만들어진 모든 것들이 다른 것들과 서로 어울려 있 다는 것은, 만들어진 하나하나가 나머지 모든 것들과 서 로 어울려 있다는 것은 한 안 섞인 밑바탕이 나머지 모 든 것들과 맺어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모든 것과 이러한 맺음을 가짐으로써 한 안 섞인 밑바탕은 우주의 다른 모든 것을 나타내게 된다. 그리하여 하나하나의 한 알은 온 우주를 끊임없이 비추는 살아 있는 거울이다.

57. 한 똑같은 마을은 여러 쪽에서 보면 온통 서로 다르 게 보이고 그 보인 모습조망들은 여러 겹 으로 겹쳐져 있듯 하나의 우주도 보는 쪽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 안 섞인 밑바탕들이 끝없이 많이 있기 때문에 마치 그만큼 많은 다른 우주들이 있는 것처 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나하나의 한알이 오직 하 나만 있는 그 똑같은 우주를 제 나름의 쪽에서 다르게 본 모습들일 뿐이다. [끝없이 많은 한알들은 가장 좋은 한 우주를 제 나름으로 다르게 나타낸다. 모든 한알들은 우주에 대한 제 나름의 조망이듯이, 나는 우주에 대한 한 조망이자 관점이자 전망이다. 나아가 생각할 수 있는 관점들의 개수만큼 한알들이 있으며 이 때문에 우주는 한알들로 꽉 차 있다.]

58. 우주를 이렇게 보는 것은 될 수 있는 가장 많은 가지 런함질서을 지니면서 될 수 있는 가장 많은 온가지다양성를 얻는 길이다. [우주가 가 지런하면 할수록 가지들이 적게 될 것이고, 가지들이 많 으면 많을수록 가지런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가 지가 많고 가장 가지런한 우주가 가장 차오른 우주이다.] 다시 말해 이렇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가 장 많은 차오름완전성을 얻는 길이다. [ 가지런한 우주일수록 더 큰 있음직함을 가지며, 가지들 이 많은 우주일수록 더 큰 있음직함을 가질 것이다. 이처 럼 가지런함과 온가지는 있음직함을 크게 만든다. 으뜸 한알은 가장 가지런하고 가장 여러 가지인 우주를 만들 것이다. 또한 만일 누군가 우주를 만든다면 그가 가장 잘 헤아릴 수 있으며 가장 즐겁게 헤아릴 수 있는 우주 를 만들 것이다. 왜냐하면 가지런할수록 그는 그 우주를 더 잘 헤아릴 수 있고 가지가 많을수록 그 헤아리는 일 이 더 즐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59. 더구나 내가 밝혀 보여준 오직 이 이야기만이 으뜸 한알의 훌륭함을 올바르게 보여준다. 피에르 벨은 그의 <역사비판사전> 올림말 ‘로라리우스’에서 내 이야기에 어긋나는 말을 할 때 벌써 그는 내 이야기가 으뜸 한알 의 훌륭함을 드높인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나아 가 내가 으뜸 한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으 뜸 한알에게 바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벨은 밑바탕이 다른 밑바탕들과 서로 맺음으로써 다른 모든 밑바탕들을 흩트림 없이 나타내고 있다는 온 우주에 걸 친 이 어울림이 왜 일어날 수 없어야 하는지 그 어떤 까 닭도 내놓을 수 없었다.

60. 게다가 내가 막 말했던 것들로부터 있는 것들이 여 기 있는 모습과 다르게 있을 수 없었던 까닭을, 겪음에 앞선 까닭을 알 수 있다. 으뜸 한알은 온 우주를 짜면서 하나하나 조각에, 무엇보다 하나하나 한알에 마음을 기 울였다. 한알은 본디 있는 것들을 다시 나타내는 것이기 에 한알이 있는 것들 가운데 오직 몇몇 조각만을 다시 나타내도록 가두어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온 우주의 매우 촘촘한 모습들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한 알은 온 우주를 다만 헷갈리게 나타낼 뿐이고 오직 몇몇 있는 것들을 좁게만 또렷하게 나타낼 수 있을 뿐이다. 달리 말해 한알은 제한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들만을 또는 가장 굵직한 것들만을 또렷하게 나타낸다. 만일 한 알이 온 우주를 또렷하게 나타낼 수 있다면, 모든 한알 들이 하느님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놓고 이야기한다면 한알이 알 수 있는 것에는 끝 이 없다. 한알의 앎에 끝이 있다면 그것은 한알이 모든 것을 또렷하게 알 수 없다는 데 놓여 있다. 모든 한알들 은 비록 헷갈리기는 하지만 온 우주를 끝없이 꿰뚫어 본 다. 어떤 한알은 더 또렷하게 지각하고 다른 한알은 덜 또렷하게 지각하기 때문에 한알들은 서로 다르고, 끝까 지 또렷하게 지각할 수 없기 때문에 한알들은 끝을 가진 다. [어떤 것이 한 한알의 가까운 곳에 있다는 말은 곧 그것이 그 한알 속에 또렷하게 나타나 있다는 말이다. 어떤 것이 어떤 한알의 먼 곳에 있다는 말은 곧 그것이 그 한알 속에 헷갈리게 나타나 있다는 말이다. 온 우주 를 비슷하게 나타내는 한알들은 서로 가까이에 있는 것 들인 양 말해도 된다. 한 우주에 대한 비슷한 조망들은 서로 가까이 몰린다. 이렇게 한곳 한곳이 모여 공간을 이 루고, 공간은 있을 수 있는 모든 조망들로 가득 차게 된 다. 한알이 우주를 빈틈없이 가득 채우고 있다는 말은 바로 이런 뜻이다.]

61. 이렇게 보면 섞은 것들은 안 섞인 것들과 비슷하다. [ 섞인 것들의 온마당세계, 몸통물 체들의 온마당, 다시 말해 물질 온마당에 빈 곳 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몸통들은 다른 몸통에 아무런 바뀜도 주지 않은 채 빈 곳에서 이러 저리 움직일 수 있다. 다시 말해 한 몸통의 바뀜이 다른 몸통의 바뀜 을 반드시 낳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물질온마당에 빈 곳이 없다면 한 몸통이 움직이거나 바뀌면 다른 몸통도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섞인 것들의 온마당은] 모든 곳이 꽉 차있다. 이것은 모든 물질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뜻한다. 꽉 차 있는 온마당에서 한 몸통의 움직임은 멀리 떨어진 다른 몸통들에게까지 힘을 미친다 . 떨어진 거리에 크면 클수록 힘을 작게 미치지만 언제나 작게나마 어떤 힘을 미친다. 한 몸통은 그와 붙어 있는 이웃 몸통들에게 힘을 받게 되는데 이 힘에서 그 이웃 몸통들에 일어난 모든 것들이 묻어 들어오게 된다. 그런 데 이 이웃 몸통들과 붙어 있는 다른 모든 이웃 몸통들 에게 받은 힘까지 거기에 묻어 들어오게 된다. 그래서 몸 통과 몸통들의 이러한 서로 나눔은 끝없이 길게 넓게 퍼 져나간다. 이로부터 하나하나 몸통은 우주에서 일어나 는 모든 것에서 힘을 느끼게 되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한 몸통 속에서 읽어낼 수 있다. 참말이지 그는 그 한 몸통 의 지금 모습 속에서 멀리 떨어진 일과 오래 지난 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하나 속에서 지난날에 일어났 던 일들과 올 날들에 일어날 일들까지도 읽어낼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했듯이 ‘모든 것은 함께 숨 쉰다.’ 하 지만 한 넋은 그 자신 속에 오직 뚜렷하게 다시 나타나 있는 것들만을 읽을 수 있다. 접힌 것은 끝없이 깊숙이 접혀 있기 때문에 자기 속에 접혀 있는 모든 촘촘한 것 들이 한꺼번에 모두 펼쳐질 수는 없다.

62. 그래서 비록 하나하나 만들어진 한알들이 온 우주를 다시 나타낸다 하더라도, 한알은 자기에게만 붙어 있는 몸통물체을, 자기가 그것의 온힘이 되어 주는 그런 몸통을 보다 뚜렷하게 다시 나타낸다. 모든 물질들은 꽉 차 있는 온마당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는데 이로써 그 몸통은 온 우주를 나타내준다. 이와 같이 넋 도 제 몸을 다시 나타냄으로써 온 우주를 다시 나타낸다 .

63. [몸통이 하나의 한알에 딸려 있으면 그 한알은 그 몸통의 온힘 또는 그 몸통의 넋이다.] 한 한알에 딸려 있 는 한 몸통과 이 몸통의 온힘이 되는 그 한알은 둘이 함 께 우리가 ‘생물’산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이룬다. 한 한알에 딸려 있는 한 몸통과 이 몸통의 넋이 되는 그 한알은 둘이 함께 우리가 ‘동물’짐 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이룬다. 생물의 몸 통이건 동물의 몸통이건 이것들은 언제나 짜임살 유기물이다. [그 까닭은 다음과 같다. 먼저] 모 든 한알들은 제 나름의 길로 우주를 비추는 거울이고 우 주는 더할 나위 없이 가지런하게완전히 질서있게 다듬어져 있다. 그래서 온 우주를 다시 나타내 는 온힘과 넋의 지각들 속에는 그와 똑같은 가지런함이 놓여 있어야 한다. 나아가 온힘과 넋이 온 우주를 다시 나타나게 하는 것은 제 몸통에 나타난 것들에 기대기 때 문에, 또한 우주의 더할 나위 없는 가지런함과 비슷한 가지런함이 온힘과 넋의 몸통 속에도 놓여 있어야 한다. [바로 이런 까닭들 때문에 생물의 몸통들은 언제나 짜임 살이다.]

64. 그래서 생물의 모든 짜임살유기체은 하느님의 움직틀기계 또는 본디 스스로 움직이는 것자연 자동장치이라 할 수 있 다. 이것은 사람이 만든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보다 끝없 이 뛰어난데, [생물의 짜임살들은 그 모든 조각들이 또 다른 생물의 짜임살이라는 뜻에서, 하느님이 만든 움직 틀은 그 모든 조각들이 또 다른 움직틀이지만] 사람이 만든 움직틀은 그 모든 조각들이 움직틀이 아니다. 예를 들어 놋쇠 톱니바퀴의 이빨은 더 작은 조각들을 가지지 만, 우리가 아는 한, 그 작은 조각들은 더 이상 사람이 만든 어떤 것이 아니다. 그 작은 조각들은 톱니바퀴 이 빨의 쓰임새와 이어진 어떤 보람표시을, 그것이 또 다른 한 움직틀의 조각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보람을 더 이상 가지지 않는다. [시계의 톱니바퀴 이빨 은 구리 조각들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구리 조각이 톱니 바퀴 이빨의 쓰임새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가 구리 조각 의 모습에 드러나 있지 않다. 구리 조각은 톱니바퀴 이 빨로 쓰일 수 있으며 시계의 바늘로도, 시계의 태엽으로 도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톱니바퀴 이빨이 하나의 또 다른 움직틀이 되기 위해서 그것이 하려는 일을 돕는 움 직틀조각부품들을 가져야 하지만 톱니바 퀴 이빨은 그것을 가지지 못한다. 따라서 시계의 톱니바 퀴 이빨은 또 다른 움직틀이라 할 수 없고 하나의 움직 틀조각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자연의 움직틀, 다시 말 해 살아 있는 몸통들은 가장 작은 조각까지, 끝없이 작 은 조각까지도 또 다른 움직틀이다. 자라난 것자 연과 솜씨로 나온 것기술 사이의 다름은, 다시 말해 하느님의 솜씨와 사람의 솜씨 사이의 다름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65. 자란 것자연을 자라나게 한 이가 이 와 같이 하느님으로서 끝없이 놀라운 솜씨를 부릴 수 있 었던 까닭은, 옛 사람들이 벌써 깨달았듯이 물질의 모든 조각들이 끝없이 나누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참으로 물질의 모든 조각들이 다른 더 작은 조각들로 끝 없이 나누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조각들이 뭉쳐서 덩 어리로만 움직일 뿐인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조각들이 하나하나 제 나름의 운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 지 않다면 [그래서 조각들이 끝없이 더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고, 조각 하나하나가 제 나름이 운동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물질의 모든 조각들 하나하나가 온 우주를 나타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물질의 조각 과 그 조각의 더 작은 조각들은 여전히 물질이다. 그것 은 한알이 아니다. 한알은 더 작은 조각을 가지지 않는 다.]

66. 이로부터 우리는 물질의 가장 작은 조각들 속에 만 들어진 것들의 온마당, 생물들 동물들 온힘들 넋들의 온 마당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67. 물질의 모든 토막들은 풀과 나무로 가득 찬 뜰과 같 다고, 또는 물고기가 가득 찬 못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 다. 나무의 모든 가지도, 짐승의 모든 살점도, 몸에서 나 오는 한 방울 물조차도 풀과 나무로 가득 찬 또 다른 뜰 이자 물고기가 가득 찬 또 다른 못이다.

68. 그리고 뜰의 풀과 풀 사이를 갈라놓는 흙과 공기는, 또는 못의 물고기와 물고기 사이를 갈라놓는 물은 그것 그대로는 풀도 물고기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다 른 풀들과 물고기들을 품고 있다. 비록 그것들이 흔히 너무 작아서 단지 우리가 그것을 지각할 수 없을 뿐이다 .

69. 따라서 가꾸지 않은 땅은 우주 그 어디에도 없다. 자 랄 수 없는 곳도 죽은 곳도 없다. 아무 것도 뒤죽박죽이 지 않고 아무 것도 어질러져 있지 않다. 그런 곳과 그런 것이 있다면 단지 그냥 겉모습만 그럴 뿐이다. 이것은 마 치 멀리서 못을 보면 그 속에서 어지러움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비길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거기서 물고 기 하나하나를 그대로 가려내어 보지 못한 채 물고기들 의 어지러운 움직임만을, 말하자면 물고기들의 휩쓸림만 을 볼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못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 어지러움이 참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 가 헷갈리게 지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을 뿐임을 알 게 된다.]

70. 우리는 이로부터 모든 생물 하나하나 속에는 나머지 몸을 다스리는 하나의 온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짐승의 온힘은 넋인데 [모든 짐승 하나하나 속에는 나머 지 몸을 다스리는 넋이 있다.] 하지만 살아 있는 몸통의 조각에는 다른 생물들이, 풀과 짐승들이 가득 차 있다. 나아가 이 다른 생물들 하나하나 속에도 이를 다스리는 제 온힘 또는 제 넋이 [하나씩] 들어 있다.

71. 하지만 내 생각을 그르게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처럼, 모든 넋들이 제 것이면서 언제나 바뀌지 않고 자기에게 딸려 있는 하나의 물질 덩어리 또는 물질 토막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넋에게 바뀌지 않는 붙 박이 몸이 하나씩 붙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래서 모든 넋이 자기보다 못한, 자기를 언제나 섬기도록 되어 있는 생물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왜 냐하면 모든 몸통은 쉴 새 없이 몸통 속으로 들어왔다가 바깥으로 떨어져나가는 조각들을 지닌 채, 마치 강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모습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72. 그래서 넋은 자기 몸을 다만 한 번에 조금씩 천천히 바꾼다. 그래서 넋은 갑자기 몸의 모든 틀기관들을 한꺼번에 모두 잃게 되지 않 는다. 동물들은 때때로 몸의 꼴을 엄청나게 많이 바꾸는 탈바꿈을 하기도 하지만, 넋이 한 몸에서 다른 몸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일 또는 넋이 몸들 사이에서 돌고 도 는 일은 결코 없다. 물질로부터 아예 떨어져 있는 넋은 없으며, 몸 없는 마음 또한 없다. 오로지 하느님만이 물 질로부터 아예 떨어져 있다.

73. 이렇기 때문에 아예 없는 곳에서 산 것이 태어나는 일도, 넋이 몸으로부터 떨어져나가 산 것이 말 그대로 아 예 죽은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우리가 ‘태어남’발 생이라 부르는 것은 펼쳐짐과 자라남이고, 우리 가 ‘죽음’이라 부르는 것은 접힘과 쪼그라듦이다.

74. 여태 앎사랑꾼철학자과 참앎꾼과학자은 꼴형상과 온힘과 넋이 어떻게 처음 생겨났는지를 말하는 데 큰 어 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요즘 우리는 풀과 나무, 벌레, 짐승을 꼼꼼하게 따져봄으로써, 본디 있는 짜임살자연 유기체들이 아예 뒤죽박죽으 로부터, 썩은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 결코 아니라, 반드시 언제나 미리 꼴이 만들어져 있는 [꼴을 미리 담고 있는] 씨앗에서 나온다는 것이 밝혀졌다. [꼴이 없는 것에서 꼴이 있는 것이 생겨났다는 말후성설은 거짓이다. 오히려 이미 꼴이 있는 것으로부터만 꼴이 있 는 것이 생긴다는 말전성설이 옳다.] 이 로부터 짜임살이 새끼배기임신에 앞서 거 기에 이미 있었다는 것이 따라 나오며 또한 그 짜임살 속에 넋이 있다는 것도 따라 나온다. 이것은 짐승 그대 로도 새끼배기에 앞서 거기에 이미 있었다는 말이다. 새 끼배기를 통해 어미 뱃속에 있던 이미 있던 그 짐승은 큰 탈바꿈을 서두르게 되는데 이를 통해 그 짐승은 다른 가 지종류의 짐승으로 자라게 된다. 구더기 가 파리가 되고 애벌레가 나비가 될 때처럼, 태어남의 도 움을 빌리지 않고도, 이러한 큰 탈바꿈 비슷한 것이 일어 날 수 있음을 우리는 안다.

75. 무리들 가운데 몇몇들이 새끼배기를 통해 보다 큰 짐승으로 자라나게 되는 짐승을 우리는 ‘씨앗 짐승’ 정자동물으로 부를 수 있다. 씨앗 짐승들 가운데 많은 것들은 새끼 배는 일에 들어가지 못한 채 제가 속한 가지유형에 그대로 남는데, 이 들은 다른 큰 짐승들처럼 태어나고, 여럿으로 불어나고, 사그라진다. 그들 가운데 몇몇 뽑힌 것들만이 보다 큰 마당으로 나아간다.

76. [이런 이야기들이 요즘 흔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 지만 이 이야기는 반만 맞는 말이다. 짐승이 아예 없는 것에서 저절로 생겨날 수 없다면, 짐승은 또한 없는 것으 로 저절로 돌아갈 수도 없다는 것을 나는 깨닫게 되었다 . 그래서 새로 태어남발생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사그라짐, 말 그대로의 죽음도 있을 수 없 다. 여기서 나는 짐승들의 태어남과 자람을 몸소 눈으로 봄으로써, 겪음을 빌려후험적으로 이러한 것을 이끌어내었다. 이것은 내가 이미 앞에서 겪음을 빌 리지 않고선험적으로 이끌어낸 으뜸말들 과 딱 들어맞는다.

77. 그래서 사그라지지 않는 우주의 거울로서 넋이 사그 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대로의 짐승도 사그라 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비록 때때로 짐승의 움직틀 은 [다시 말해 그의 몸통은] 조각조각 끝나기도 하고, 짜임살로 된 겉옷을 벗어던지기도 껴입기도 하겠지만 그 대로의 짐승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78. 이런 으뜸말들에 힘입어 나는 짜임살로 된 몸과 넋 이 어떻게 서로 하나가 되는지를, 보다 낫게 말해 어떻게 서로 꼴을 맞추게 되는지를 풀어밝힐 길을, 본디 나 있는 길을 얻었다. 넋은 넋의 굴레법칙에 얽매 이고 몸은 몸의 굴레에 얽매인다. 모든 밑바탕들은 하나 의 똑같은 우주를 다시 나타내는 것들이기 때문에 모든 밑바탕들 사이에 미리 맞추어진 어울림예정조화 이 있다. 이 참말에 힘입어 넋과 몸은 서로 맞아 떨어진다.

79. 넋은 바람, 가는 길수단, 끝목 적을 통해 끝내게 하는 탓목적인 의 굴레에 따라 일한다. 몸통은 힘을 미치는 탓작 용인의 굴레 또는 움직임의 굴레운동법 칙에 따라 일한다. 하지만 끝내게 하는 탓의 마 당과 힘을 미치는 탓의 마당은 서로 어울려 있다.

80. 데카르트는 [물질의 크기와 빠르기를 곱한] 물질의 움직임모습운동량이 언제나 똑같이 남아 있기 때문에 넋이 움직임모습을 몸통에게 넘겨줄 수 없 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넋이 몸통이 움직이 는 쪽방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 다. 그가 그렇게 믿었을 때는 몸통이 움직이는 쪽을 모 두 더한 것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지켜진다는 자연의 굴 레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움직임모습남음의 굴레운동량보존법칙에 따르면 움직임모 습의 크기뿐만 아니라 움직임모습의 쪽까지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 달리 말하면 아무 주어진 쪽에 대해 그 쪽으로 움직임모습의 크기도 늘 그대로 남아 있 다.] 만일 데카르트가 이를 알았더라면, 그도 내가 말한 미리 맞추어진 어울림의 짜임새체계에 이 르게 되었을 것이다.

81. 나의 이 짜임새에 따르면, 비록 넋이 없을 수는 없겠 지만, 몸은 마치 넋이 없는 양 일하고, 넋은 마치 몸이 없 는 양 일한다. 또한 몸과 넋은 마치 하나가 다른 하나에 힘을 미치는 것처럼 일한다.

82. 헤아리는 넋 또는 마음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자면, 그 바탕에는 모든 산 것들과 짐승들에 대해 내가 이제 막 말한 것이 놓여 있다. 다시 말하자면, 짐승과 넋은 오 직 온마당세계이 처음 생길 때만 생겨나 고 온마당이 없어지지 않듯이 이것들도 없어지지 않는다 . [이것은 헤아리는 넋에 대해서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헤아리는 넋은 다른 것들과 남다른 자리를 차지한다. 작 은 씨앗 짐승이 제자리에 줄곧 머물러 있는 한, 그 짐승 은 한낱 그냥 느끼는 넋을 가질 뿐이다. 하지만 이른바 뽑힌 씨앗 짐승들이 어머니 뱃속에서 자라남으로써 사 람의 본디모습을 얻게 되자마자, 그 씨앗 짐승의 느끼는 넋은 헤아림의 자리까지, 마음이라는 남다른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다.

83. 흔히 있는 그냥 넋과 마음 사이에 있는 남다름들 가 운데 몇몇을 이미 말했는데 그것 말고 또 다른 것들이 덧 붙이고자 한다. 모든 넋들은 만들어진 것들의 우주를 비 추는 살아 있는 거울들 또는 그림들이지만, 마음은 그 본디 있는 것들을 만든 이, 바로 하느님 그이를 비추는 그림이기도 하다.마음은 우주의 짜임새를 알 깜냥이 있 을 뿐만 아니라, 제가 짜만든 보기들을 통해 우주 짜임 새의 한쪽모습을 흉내 낼 수도 있다. 마음은 제 나름의 자리에서 작은 하느님과 같다.

84. 이것 때문에 마음들은 하느님과 마을공동체 비슷한 것에 함께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로써 하느님은 그가 만든 다른 만들어진 것들과 맺는 만든 이 와 그의 움직틀기계 사이의 맺음뿐만 아 니라, 임금과 나라사람들의 맺음을, 또한 어버이와 그 아 이들의 맺음을 모든 마음들과 갖게 된다.

85. 이로부터 모든 마음들의 모임은 하느님의 나라, 달 리 말해 가장 차오른 임금이 다스리는 될 수 있는 한 가 장 차오른 나라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곧바로 따라 나 온다. [몇몇 사람들이 아니라 모든 마음들이 하느님나라 에 들어가게 된다. 하느님나라는 땅의 나라세속 국가들과 맞서는 나라가 아니다. 그 나라는 착 한 가지런함도덕질서을 따라 다스려지는 나라이다. 이것은 본디 있는 가지런함자연질서에 따라 다스려지는 나 라와 짝을 이룬다.]

86. 이 하느님의 나라, 참말로 모든 것을 다스리는 이 다 스림은 착함의 온마당도덕세계이다. 이것 은 본디 있는 온마당자연세계과 더불어 있다. 이 착한 온마당은 하느님이 만든 것들 가운데 가 장 뜻이 높고 가장 하느님을 닮았다. 그리고 이 온마당 속에서 하느님의 이름이 참되게 드높아진다. 왜냐하면 마음들이 하느님의 훌륭함과 착함을 알지 못하고 우러 러보지 않는다면, 거기서는 하느님의 이름이 드높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하느님의 슬기와 힘은 모든 일에 서 모든 곳에서 드러나 있지만, 하느님의 남다른 착함은 이 하느님 나라에서 다른 마음들과 갖게 되는 그의 맺음 속에서 드러난다.

87. 우리는 앞에서 본디 있는 것의 두 마당들, 힘을 미치 는 탓의 마당과 끝내게 하는 탓의 마당 사이에 빈틈없는 어울림이 있다는 것을 이미 굳게 세웠다. 이와 마찬가지 로 여기서 우리는 본디 있는 것의 자람 마당과 하느님 사랑은총의 착함 마당 사이에 또 다른 어 울림을 짚어내어야 한다. 말하자면 우주라는 움직틀을 짠 이로 여겨지는 하느님과 마음 나라의 임금으로 여겨 지는 하느님 사이에 어울림이 있다는 것을 짚어내어야 한다.

88. 이 어울림 때문에 일들은 본디 나 있는 그대로의 길 을 따라 하나님 사랑으로 반드시 이끌리도록 되어 있다. 이를 테면 마음들의 나라가 어떤 이에게 벌을 주고 다른 이에게 상을 주기 위해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고 여길 때, 온땅지구이 본디 나 있는 길을 통해서 아예 부서졌다가 새롭게 다시 세워져야 한다. [ 하느님이 사람들에게 벌주고 상주기 위해 기적처럼 갑자 기 끼어들지 않는다. 사랑을 이루고 착함을 세우기 위한 다스림조차도 본디 있는 것의 가지런함과 굴레에 어긋 나지 않고 그것과 어울리게 벌어진다. 이것이 몸들을 만 든 이로서 하느님과 마음들을 다스리는 하느님 사이에 있는 어울림이다.]

89. 짜는 이설계자로서 하느님은 어느 쪽 에서 보아도 굴레를 만드는 이입법자로 서 하느님이 해야 할 것들에 딱 맞게 일해야 한다고 말 할 수 있다. 따라서 잘못들에 대해서는 본디 있는 것의 가지런함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것들이 가진 움직틀 얼개에 힘입어, 그에 맞는 벌을 받아야 한 다. 이와 비슷하게 착한 일도 몸의 마당에서 움직틀이 따르는 길을 따라 상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언제나 곧바로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된다.

90. 마침내 이러한 모자람 없는 다스림 아래에서 상 받 지 못하는 착한 일은 없을 것이고, 벌 받지 않는 못된 일 도 없을 것이다. 모든 일들이 착한 사람들에게 좋게 돌 아가도록, 다시 말해 이 훌륭한 나라의 다스림에 언짢아 하지 않는 사람들, 제 할 바의무를 다한 다음 하느님의 미리 마련함을 굳게 믿는 사람들, 모든 착한 것들을 만든 이를 마땅히 사랑하고 본받는 사람들 에게 좋게 돌아가도록 마무리될 것이다. 깨끗한 순수 사랑이란 사랑 받는 이가 잘 될 때 기쁨을 얻는 것인데, [하느님을 사랑하고 본받는 착한] 사람들 은 참으로 깨끗한 사랑의 본디모습에 따라, 하느님의 모 자람 없는 차오름을 곰곰이 생각하는 데서 기쁨을 얻는 다. 바로 이러한 깨끗한 사랑 때문에, 슬기롭고 굳센 사 람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미리 살피는 하느님의 앞 선 뜻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일들을 위해 일하게 된다. 또한 이 깨끗한 사랑 때문에 그 사람들은 벌어진 일들을 끝맺는 숨은 뜻을 가진 채 하느님이 여기서 일어 나게 하는 것들을 넉넉히 받아들이게 된다. 슬기롭고 굳 센 사람들이 이를 넉넉히 받아들이는 까닭은 다음을 깨 닫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 사람들이 우주의 가지런 함을 넉넉하게 잘 깨달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우주가 가장 슬기로운 사람들이 바라는 모든 것들보다 더 낫다 는 것을 알고, 그 우주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없음을 알 것이다. 우리 우주가 골고루 모든 것들에게뿐만 아니 라 남달리 우리에게도 더 낫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가 알 텐데, 다만 우리가 모든 것을 만든 이에게 마땅히 우리를 바칠 때 알게 될 것이다. 바로 우리를 짜는 이이 자 우리를 있도록 힘을 미치는 탓일 뿐만 아니라 또한 우리를 다스리는 이이자, 우리 뜻의 모든 끝장이어야 하 고 그 홀로 우리 잘삶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 곧 일을 끝내게 하는 탓인 그이에게 우리를 바 칠 때 우리는 그것을 [이 우주가 남달리 우리에게도 더 낫게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슬기롭 고 굳센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깨닫고 있기 때문에, 그 들은 하느님이 여기서 일어나게 하는 것들을 넉넉히 받 아들이게 된다.]